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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May 21. 2022

엄마가 키운 괴물

학폭의 재구성

살인도 좋은 경험^^ 덕분에 인간은 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어~ 어차피 난 법적으론 살인이 아니니~”
2005년 ‘부산 OO 중 사건’으로 알려진 학교폭력 사망 사건의 가해자가 당시 개인 SNS에 올렸던 글이라고 한다. 가해자인 그는 자신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 “개만도 못한 것들이 짖어대?”라며 당시 응수했다. 그의 학폭으로 친구는 숨을 거뒀고 그는 수년 후 명문대 의대에 진학했다. 숨진 친구의 아버지는 아들의 사망 충격으로 뇌경색 증세를 보여 수술을 받았고, 2013년 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아내 또한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어 혼자 외출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넷플릭스 소년심판에서 보듯  청소년들의 잔혹한 범죄는 바로 우리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인 그녀의 아들은 같은 반 한 아이에게 지속적인 모욕과 괴롭힘을 당해왔다. 가해자 아이는 유독 약하게 보이는 아이를 타깃으로 아이들 앞에서 놀리거나 욕을 하거나 목을 조르곤 했다고 한다. 어느 날 참다못한 아이가 그간 그 가해자 아이로부터 힘들었던 이야기를 엄마에게 털어놓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들과 무리 지어 나를 놀리지 말라는데도 기분 나쁜 말들을 계속해 너무 괴로웠다고 했다. 오늘은 또 뺨을 때려서 너무 아팠다고. 4학년 때도 같은 반이어서 이 같은 상황으로 무척 고심했던 엄마는 담임선생에게 연락했다. 선생은 두 아이에게 주의를 줬고 가해자 엄마에겐 연락을 했는데 피해자 엄마는 아이가 말할 거라고 생각해 연락을 드리지 않았다고. 죄송하다고. 이런 상황에 자신도 너무 당황스럽다고.


다음날 학교를 찾아갔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년차 선생인 건 알겠지만 상황에 대한 대처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가해자 엄마는 사과할 마음이 없었고 자기 아이 보호하기 바빴다. 그 사이 가해자 아이와 무리 지었던 아이들의 엄마 몇 명이 피해자 아이 엄마에게 연락을 해 사과를 했고 그나마 위안을 얻었지만 그걸로 끝낼 수는 없었다.


@ pixabay

학교는 갈수록 미온적 태도를 이어갔고 피해자 아이의 엄마는 더 이상 참지 못해 교육부에 신고했다. 아니나 다를까 가해자 엄마 역시 피해자 아이가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맞고발을 했다. 참다못한 그녀는 변호사를 찾았고 변호사는 결국 소송을 한다 해도 분리 정도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합의 밖엔 방법이 없다고. 교육부의 결론 역시 접근 금지에 그쳐 결국 한 반에서 여전히 학교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전히 가해자 아이는 피해자 아이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괴롭혔지만 학기가 마칠 때까지 참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중학교는 다른 학교로 배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끝까지 가해자 아이의 엄마는 사과하지 않았고 같은 중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다행히 같은 반은 되지 않아 아직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이 정도가 무슨 학폭이야?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물론 이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의 학폭도 주위에 많으리라 본다. 이 상황을 본다면 학폭의 주체인 가해자 아이가 가장 큰 잘못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더 나쁜 사람은 바로 자기 아이만을 보호하며 잘못된 상황을 덮으려고만 한 그 아이의 엄마이지 않을까.


엄마의 잘못된 사랑이 결국 아이의 잘못된 인생을 만든다. 명문대 의대도 좋지만 잘 사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바르게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아이의 평생 등대가 되어줄 인성을 바로 잡고 그 인성을 베이스로 차곡차곡 하나씩 필요한 것들을 쌓아가 줘야 하지 않을까.


@ pixabay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제는 온 마을이 아니라 온 지구가 필요한 시대다. 내 아이가 소중하면 남의 아이도 소중하다는 걸 가슴에 새겨 함께 사는 가치를 더해야 할 때다. 우리 아이들도 자신이 소중한만큼 친구들 또한 소중한 존재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늘 깨닫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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