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에 들지 못하거나, 무리에서 쫓겨나거나
공부를 아주 잘하는 서울의 중학교 1학년의 여자 아이가 있다. 전교 1, 2등을 다투며 독서, 글쓰기에도 다방면으로 재능이 풍부한 아이다. 이 아이가 참다 참다 엄마에게 학교 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고백한 그날은 참으로 참담했다.
1학기 때 같은 반 아이가 얼마를 줄 테니 과외를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엄마는 그게 무슨 말이냐며 거절하라고 했고 아이는 엄마 말을 듣고 정중히 거절했다. 1학기 때부터 성적과 재능에 두각을 보이던 아이는 선생님이 직접 아이들 앞에서 글쓰기 칭찬을 할 정도로 뛰어났다. 그때까지도 몰랐다. 그게 아이들 눈에는 가시였던 것을.
2학기가 되어 다시 아이는 과외를 부탁했고 또 거절했다.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그 아이가 이끌고 있는 무리의 아이들 전체가 그 아이를 경계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이미 반에서 조용한 아이 넷과 아는 체도 하지 않는 큰 덩어리의 단 하나의 무리, 그 넷에 이 아이도 하나 늘어나게 되었다.
보통 학교 내 여자 아이들의 무리는 2개나 3개가 되거나 다수가 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아이의 반 무리는 단 하나, 리더가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리더의 지시에 아이들은 꼼짝없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것.
체험 학습이 있던 날, 9시까지 집결인데 8시 50분까지 조용한 아이 넷과 이 아이 다섯 명만이 도착을 해 있었다고 한다. 8시 59분이 되자, 나머지 아이들 전체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진 풍경을 선생님이 목도하게 되었고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게 된다. 하나의 무리가 나머지 몇몇을 보이지 않게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인 폭력만이 학폭이 아니다. 보이지 않게, 보이지 않는 마냥 대하는 것 자체가 학폭이다. 그것도 한 무리 전체가 한 아이를 집단적으로 소외한다면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사달의 문제에 대해 리더가 가장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쉽게 바꾸기도,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
또 다른 경우로 중학생 한 남자아이는 반에서 부반장이다. 같은 중학교 1학년인데 반장인 아이가 반 단톡방에 반 아이들 전체를 초대해 한 아이를 집중 공격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참다못한 아이는 방 탈출을 했지만 지속적으로 초대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무리의 탈출이 어려운 예다.
이런 상황에 내 아이가 처해 있다면 어떻게 할까? 뭘 할 수 있을까? 결국 아이의 아픔에 공감하고 변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은 현실이다. 이번 학년만 어떻게든 견디자, 잘 넘어가자, 그게 결국은 엄마들의 최선의 방안이라는 거다.
되돌아보면 이런 무리의 그룹 문화는 늘 있어왔다. 새삼스러운 지금의 문화가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과 수법들이 나날이 교묘해지고 무서워지고 있다는 게 또한 어두운 현실이다. 내 아이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보다 내 아이는 반드시 저 무리 속의 악마가 되어선 안된다는 경각심을 꼭 가졌으면 한다. 나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 아빠들이 말이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