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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Sep 14. 2022

그래서 무서운, 보이지 않는 학폭

무리에 들지 못하거나, 무리에서 쫓겨나거나

공부를 아주 잘하는 서울의 중학교 1학년의 여자 아이가 있다. 전교 1, 2등을 다투며 독서, 글쓰기에도 다방면으로 재능이 풍부한 아이다. 이 아이가 참다 참다 엄마에게 학교 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고백한 그날은 참으로 참담했다.


1학기 때 같은 반 아이가 얼마를 줄 테니 과외를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엄마는 그게 무슨 말이냐며 거절하라고 했고 아이는 엄마 말을 듣고 정중히 거절했다. 1학기 때부터 성적과 재능에 두각을 보이던 아이는 선생님이 직접 아이들 앞에서 글쓰기 칭찬을 할 정도로 뛰어났다. 그때까지도 몰랐다. 그게 아이들 눈에는 가시였던 것을.


2학기가 되어 다시 아이는 과외를 부탁했고 또 거절했다.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그 아이가 이끌고 있는 무리의 아이들 전체가 그 아이를 경계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이미 반에서 조용한 아이 넷과 아는 체도 하지 않는 큰 덩어리의 단 하나의 무리, 그 넷에 이 아이도 하나 늘어나게 되었다.


보통 학교 내 여자 아이들의 무리는 2개나 3개가 되거나 다수가 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아이의 반 무리는 단 하나, 리더가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리더의 지시에 아이들은 꼼짝없이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는 것.


체험 학습이 있던 날, 9시까지 집결인데 8시 50분까지 조용한 아이 넷과 이 아이 다섯 명만이 도착을 해 있었다고 한다. 8시 59분이 되자, 나머지 아이들 전체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진 풍경을 선생님이 목도하게 되었고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게 된다. 하나의 무리가 나머지 몇몇을 보이지 않게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인 폭력만이 학폭이 아니다. 보이지 않게, 보이지 않는 마냥 대하는 것 자체가 학폭이다. 그것도 한 무리 전체가 한 아이를 집단적으로 소외한다면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사달의 문제에 대해 리더가 가장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쉽게 바꾸기도,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


또 다른 경우로 중학생 한 남자아이는 반에서 부반장이다. 같은 중학교 1학년인데 반장인 아이가 반 단톡방에 반 아이들 전체를 초대해 한 아이를 집중 공격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참다못한 아이는 방 탈출을 했지만 지속적으로 초대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무리의 탈출이 어려운 예다.


이런 상황에 내 아이가 처해 있다면 어떻게 할까? 뭘 할 수 있을까? 결국 아이의 아픔에 공감하고 변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은 현실이다. 이번 학년만 어떻게든 견디자, 잘 넘어가자, 그게 결국은 엄마들의 최선의 방안이라는 거다.

@ pixabay


되돌아보면 이런 무리의 그룹 문화는 늘 있어왔다. 새삼스러운 지금의 문화가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과 수법들이 나날이 교묘해지고 무서워지고 있다는 게 또한 어두운 현실이다. 내 아이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보다 내 아이는 반드시 저 무리 속의 악마가 되어선 안된다는 경각심을 꼭 가졌으면 한다. 나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모든 엄마, 아빠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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