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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Feb 27. 2023

학폭? 결국 되돌아온다.

괴롭힌 만큼 괴로워질 거야.

학폭이 접수되고 가해자로 지목된 아이의 엄마는 초멘붕 상태였다. 내 아이가 왜? 대체 어떻게 했길래? 학폭까지 접수할 일이야? 정말 이렇게까지... 사태의 진위를 파악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속상하고 분했지만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고 학부모이기에 180도 폴더로 고개를 숙이고 들어갔다.


초등 아이들이 학교에서 쉬는 시간 운동장에서 놀고 있었고 놀이기구 그물망 위로 올라간 한 아이에게 장난스레 그물망을 흔들었다. 그때였다. 수업 종이 울렸고 와르르 아이들이 교실로 달려들어가는 순간, 위에 있던 아이가 툭하고 떨어졌다.


외상은 없었지만 아이는 아프다고 했고 바로 병원으로 갔다. 아이의 엄마는 당장 학교로 뛰어왔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밑에서 그물망을 흔들었던 아이의 잘못으로 몰기 시작했다. 크게 흔든 것도 아니고 장난스레 흔들었을 뿐인데 그걸로 떨어질 일이 아닌데 말이다. (물론 이 부분은 가해자로 지목된 측의 이야기다. 피해자의 입장은 충분히 다를 수 있다.)

@ pixabay

아이들이 놀다가 생긴 일로 서로 양보와 이해로 넘어갈 수 있는 일, 피해자 측은 가해자 측이 즉시 인정하지 않자 그물망을 흔들었던 아이에게 유도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니가 흔든 게 맞지? 니가 흔들어서 떨어진 거 맞지? 결국 아이는 얼떨결에 맞다고 답을 했고 그 길로 학폭 접수로 이어졌다.


망연자실... 한순간에 학폭 가해자가 된 아이와 부모는 그야말로 할 말을 잃게 되었다. 피해자의 병원비는 물론 병원 교통비까지 모두 보상하고 심리적 보상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별도로 지급하고 나서야 접수는 취소되었다.


더 황당한 건 그다음이다. 여전히 초멘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피해자 부모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전화를 해 괜찮은 학원을 좀 추천해 달라는 피해자 부모. 어디까지 참아야 하나 싶었지만 친절히 알려주었고 더 이상은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해자인 그 아이는 결국 다른 학폭에 연루되어 강제 전학을 가게 되었다. 더욱 극악한 부모를 만난 덕. 이럴 때 우린 역지사지라는 말을 쓴다. 피해자, 가해자라는 단어조차 낯선 우리의 일상이다. 어쩌다 한순간의 상황으로 서로를 지목하고 지명해 주홍글씨를 남긴다.

@ pixabay

명백히 잘못된 상황이라면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내 아이만 소중하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한번 더 생각해 볼 여지도 없이 가해자로 지목해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겠다. 내 아이가 소중하다면 그 집 아이 역시 소중하기에.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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