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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May 28. 2023

아이들에게 학폭 접수로 남은 것

진단서를 끊으러 병원을 갔다가 들었던 이야기다.


정말 심하게 일방적으로 맞은 아이가 학폭 접수를 하겠다고 가해자에게 알렸더니 가해자 부모가 전화가 와서는 학폭 접수를 하면 그 집 아이를 왕따를 만들겠다고 했단다. 그래서 참지 못해 진단서를 끊어 학폭 접수를 하겠다고 했다는 거다. 이 정도의 일은 빙산의 일각일뿐 너무나 많은 사연들이 차고 넘친단다.


학폭에 대해선 학폭 접수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면 될 일이다. 물론 우리 아이가 잘못한게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전후 상황을 파악하고 바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면 그때 해도 늦지 않는다. 결국 이러한 상황으로 그 아이와 우리 아이는 서먹한 관계를 이어오다 학년이 바뀌게 되었다.


서로 불편한 우정의 파편이 오래도록 함께할 것이다.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다행히 아이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금세 잊어버렸지만 오히려 부모들에겐 큰 상처로 남았다. 우리 아이가 제대로 된 상황을 파악하지 않고 당하기만 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 아찔하다.


대화로 풀어낼 수 있는 일들은 앞뒤 없이 무모하게 들이받지 말고 실마리를 먼저 풀었으면 좋겠다. 도저히 대화가 되지 않는다면 뭐 바로 들이받아도 된다. 그럴 각오로 그럴 테니까.


내 아이에겐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팡! 하고 터지니 세상이 더 크고 환해졌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구나 싶어. 서로 싸워 생긴 일이지만 여전히 그 아이에겐 미안한 마음이다. 우리 아이가 더 때렸을지도 모를 일이라.


사소한 학폭이 난무하는 시대다. 정보다는 정확한 상황 인지에 대해선 환영이나 감정에 앞선 분쟁은 지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뜩이나 차가운 세상이 그럴수록 더 각박해지까 말이다. 집집마다 아이들에게 학폭의 위험성에 대해 체감할 수 있도록 알리고 조심을 생활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드라마 더글로리가 학폭에 대한 세상의 공기를 반은 바꿔놨다고 생각하는 1인으로서 더욱 밝고 맑게 아이들의 정서 환경이 변해가길 손꼽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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