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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May 28. 2023

여전히 정신 못 차리는 학폭 접수자

2시간이 지난 후 학폭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앞뒤 없이 먼저 학폭 접수를 했던 아이의 엄마가 억울해하며 학폭 접수를 없던 것으로 하겠다는 거였다. 그러니 우리의 접수도 없던 것으로 해달라는 거였다.


생각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그날 밤, 그 아이의 엄마의 문자 메시지가 왔다. 오죽하면 그런 녹음본을 보냈겠냐며. 그동안 진심을 담은 나의 메시지를 철저히 무시하던 그녀가 당장 불리한 상황이 되니 메시지를 보내는 거였다.


점점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시간이 다가오자 학폭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몇 번의 전화가 더 왔다. 서로 아무 일이 없던 것으로 하는데 조건이 있다는 거였다. 우리 아이가 그 집 아이에게 먼저 사과 편지를 써달라는 거였다. 아직도 자신의 아이는 상처가 크다는 거였다.


학폭 담당 선생님께 전했다. 그렇게 할 수 없다. 먼저 가격을 한건 그 아이일뿐더러 이미 담임 선생님을 통해 아이들은 화해를 끝낸 상황이다. 우리 아이를 용서하지 못한 건 오직 그 엄마일 뿐이다. 그러니 내가 제안을 하겠다. 아이들은 이미 서로 사과를 하고 화해했으니 두 아이의 학부모들이 학교에 사과 편지를 쓰자고 했다. 바쁜 학교에 폐를 끼친 자체가 민폐였으니 말이다.


편지를 써서 학교에 갔다. 먼저 그 아이의 엄마가 왔다 갔다. 이번 사안에 대해 향후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에 사인을 해달라는 추가 요청이 있었다. 사실 법적인 조치  등 그럴 생각조차 없었기에 바로 사인을 하고 끝냈다. 그렇게 별일 아닌 일이 별일 아니게 끝났다. 맥이 아주 그냥 탁! 풀리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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