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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카피 May 31. 2022

위층에서 층간소음 조심하라고 연락이 왔다.

우리 아이 8시에 자니까 그 이후엔 조용하세요.

새 아파트로 이사 간 부부는 행복했다. 네 살 아이와 함께 살 새집이라 좋았고 한적한 숲세권이라 더 행복했다. 아파트지만 아이가 맘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필로티 동의 2층에 당첨되어 얼마나 좋았는지, 당첨의 벅찬 순간이 늘 떠올랐다.


입주를 하고 이틀이 지난 그날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남편이 외출을 한 사이였다. 올 사람이 없는데 하고 나갔더니 위층에 사는 사람이라며 아래층의 소음도 위층에 영향을 주니 층간소음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했다. 더불어 자기의 아이는 저녁 8시가 되면 잠을 자야 하니 8시 이후엔 소음이 없도록 더 신경 써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머리를 심하게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너무 황당해 말을 잃었고 그 사이 그는 휑하니 위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그제 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살다 살다 위층이 층간소음 조심하라고 찾아오는 일이 다 있구나 싶었다. 돌아온 남편에게 사실을 알렸고 부부는 개의치 않았다.


얼마 후 소음으로 힘들다며 다시 찾아온 위층 사람에게 남편이 크게 한마디 했다. (그의 남편은 한눈에 조폭 포스!) 이후로 현재까지 연락은 오지 않지만 여전히 신경은 쓰인다는 부부. 세상 참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 준 사례다.




그녀의 아래층 남자는 스토커에 가까웠다. 경비실을 통해 그녀의 폰 번호를 알게 된 그. 민감한 그를 위해 주말마다 모든 가족이 외출을 했고 밤 10시가 되어서 집에 들어와 잠시 거실을 걸으면 문자메시지가 왔다. ‘아줌마, 조용히 해주세요.’ 아래층 남자는 위층 소음으로 애가 생기지 않는다고까지 했다.


어느 날은 늦은 밤 또 메시지가 왔다. 부부싸움을 하냐는 것이었다. 그녀는 우리 가족은 자고 있고 윗집 소음이라고 답했더니 왜 가만히 있냐고, 위층으로 올라가 조용히 하라고 따지라고 했다. 그 이후로도 스토커 같은 문자 메시지가 습관처럼 이어졌고 결국 그녀는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다.

@ pixabay


그는 요즘 아이가 조금이라도 뛰려고 하면 번쩍 들어 올린다. 거실에서 조금만 뛰어다녀도 아래층에서 인터폰이 오고 그것도 모자라 방망이로 위층을 향해 퉁퉁 치기 일쑤다. 경비실을 통하지 않고 바로 인터폰이 온다. 이러기를 6개월째. 신혼이 지나고 아이가 생겨 장만한 첫 번째 집에 정이 가지 않는 이유다. 심각하게 부부는 이 집을 전세를 주고 다른 집으로 전세를 가야 하나. 이 집을 팔고 아파트 1층으로 이사를 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지금은 운명이려니 하고 내려놓고 산다.




위층 아래층은 서로가 갑질이라고 하겠지만 명백한 입장 차이가 있다. 물론 좀 심한 쪽이 있고 그것을 서로 원만하게 이해를 하며 살아가는 게 결국 답이다. 어차피 주택에 사는 게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생활 소음 정도는 이해하며 살아가야 오래 살 수 있다. 위층의 소음에 참다못해 칼을 들고 찾아갔다는 뉴스를 종종 본다. 그 정도까지의 스트레스를 받아보진 못했지만 결국 좁혀지지 못한 이견으로 생긴 참극인 거다.


조금만 더 참고 조금만 더 이해하고 조금만 더 배려하며 살아갈 순 없을까? 갑질이라는 용어 자체를 잊고 이웃이라는 잊혀가는 단어를 꺼내봤으면 한다. 요즘 이웃이라는 단어를 쓴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보니 나도 이웃집에 사는 분이 누군지 모르고 살고 있다.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계신다는 것 외엔 아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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