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나라에 한 알의 눈사람 감자가

토편지

by 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눈을 뜨기도 전에 침대 머리맡으로 들려오는 소리, 새들의 수다.

벌써 아침이 되었다고 핸드폰의 알람보다 빠르게 전해줘요.

잠깐 누운 것 같은데 밤은 어찌 그리 짧은지 모르겠어요.

삶이 이처럼 후딱 도망쳐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절로 근심이 되어요.


'하지 감자'

봄에 심은 감자는 하지에 맞춰 캐내야 한다고 평생 농부 엄마의 말씀을 새겨 듣고 있어요.

한낮의 더위를 피해 이른 아침에 텃밭에서 감자 수확을 하였어요.

남편이 먼저 밭에서 검정 비닐을 걷어올리고 감자를 캘 밑작업을 하였고요.

KakaoTalk_20250620_070600902.jpg?type=w773


아버지와 막내아이 아침밥이 가장 급한 일이라 부엌일을 부랴 부랴 마치고 밭으로 향할 수 있었어요.

그 사이 엄마와 남편이 고랑사이에 감자알을 호미로 캐놓았네요.

동글 동글 귀여운 감자알이 흙속에서 살포시 얼굴을 내밀면 호미로 살살 캐내는 기쁨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 런지요.


음, 꼬맹이 시절, 보물찾기 시간과 같다고 할까 싶어요.

감자는 뿌리식물 중에서도 착한 작물이라 병충해도 그리 많이 겪지 않아서 심어놓고 수확에 이르기까지 농부의 손을 그리 많지 타지 않아요.


포실포실한 흙을 헤치면 뿌리를 중심으로 뻗어나간 감자알이 제 모습을 금방 보여주거든요.

고구마는 훨씬 더 깊숙이 파헤쳐야 하고 간혹 호미끝에 상처입기도 쉬워서 캐내는 일이 여간 힘든게 아니고요.




SE-fb49e119-c7e9-4140-b229-a0f0b45e67b2.jpg?type=w773 눈사람 감자☆



남편이 감자를 캐다가 달뜬 음성으로 한 마디를 하였어요.

"이것 좀 봐요! 눈사람 감자에요."

뒤돌아보니 남편의 손가락 위에 딱 눈사람 닮은 감자가 한 알이 눈길을 사로잡았어요.

말하자면 감자중의 기이한 모습을 띤 눈사람 감자인 셈이었어요.

동그란 감자만 그득한 세상에서 머리위에 감자 한알이 하나 더 붙은 모습이 얼마나 달라보이는지.




책을 한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많고 많은 요즘 세상이지요.

더하여 농촌은 젊은이들의 모습은 드물고 대부분 어르신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글쓰는 농부는 얼마나 있을까.

시를 짓는 농부는 또 몇이나 있을지.


농사꾼이면서도 여느 농사꾼과 다르게 삶을 꾸려가고 있어요.

이런 저런 생각끝에 스스로 감자밭에 눈사람 감자와 닮지 않았나 싶은 거예요.

감자이면서도 감자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나는 감자밭의 눈사람 감자일 수도 있겠구나.

그렇다고 하여도 감자는 감자일테니 제멋대로 살아가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으리라.



감자는 여태껏 농사를 지어오면서 단 한번도 농사꾼의 속을 긁지않는 순한 밭작물이에요.

종이상자마다 감자를 담아채우면서 제일 먼저 이듬해에 씨앗으로 쓸 감자를 따로 챙겨두었어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간크기의 감자가 씨앗으로는 적당한 편이에요.

한 주먹에 뻐근하게 들어차는 덩치 큰 감자가 씨앗으로 좋을 것이라는 오해를 할 수 있지만 씨앗감자로는 그리 매력적인 게 아니에요.



정작 알 굵은 감자는 마트에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기에는 더없이 좋을 수도 있지만요.

감자껍질을 일일이 벗겨써야 하니 큼지막한 감자한알이 여러모로 쓰임새가 더 많을 수 있고요.

부엌일을 떠올려보면 덩치 큰 감자를 선택하는 이유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요.

음식에 쓸 재료준비에 성가신 일을 줄이고 싶은 게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요.

감자의 크기가 큰 만큼 편리할 수 있으니 그럴만도 해요.



씨감자 한 박스를 담아두고 나머지는 언니와 오빠들 몫으로 다시 종이박스를 마련해두었어요.

물론 동네회관에, 가까운 이웃에 따로 나눠줄 감자도 조금씩 담아두었고요.

(나누고 나눈 다음에도 집에서 쓸 감자는 남기 마련이라 욕심을 더 부릴 것이 없어요)


수확을 하고 나면 어르신들이 모여 쉬는 동네회관을 빼놓을 수는 없어요.

농촌마을, 인사차 수확한 작물을 동네회관에 조금씩 내어놓고 나눠 먹는 것이지요.

비슷 비슷한 맛일지라도 마음의 맛은 다 다를 것을 믿으면서요.

진심에 진심으로.


'둥글고 둥근 감자나라에 한 알쯤 눈사람감자가 있어도 어울리는 일 아닐까'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5 퍼센트 올림.






envelope-7076001_640.png 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keyword
이전 10화『개구리』 자작시 올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