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
비의 친구 바람이라
밤의 틈으로 둘이서
여름 타고 벼락처럼 들이 닥친다
장독대 뚜껑 논바닥으로 날아가고
전봇대 전깃줄 홀로 그네를 타고
한 발 줄넘기는 밤을 잊는다
전기까지 뺏었다 다시 내던지고
오고 가지도, 주고 받지도 않았다면서
말간 얼굴로 세상을 떠돌아 다닌다
바람 잠든 아침까지
빗방울이 눈물 훔치고
새까만 밤, 달빛은 숨차게 멀고
비바람은 어깨너머로 까마득히 흘러간다.
비에 비바람으로.
5퍼센트, 자작시 ☆
금요일 밤, 태풍이 온 것은 아닐까 의심하였어요.
초저녁부터 심상치 않은 바람의 손길을 느꼈거든요.
지붕이 들썩거리는 모양새가 여느 비오는 날과 너무나 달라서 기상예보를 자꾸만 확인하고 또 확인하였어요.
어쩐지 태풍의 냄새가 바람결에 마구 섞여서 풍겨오는 것 같았거든요.
집 전체를 휘감고 돌아가는 바람의 숨소리가 거칠게 몰아쳐왔어요.
산 밑에 자리잡은 동네 집들은 안온하게 이웃들과 옹기종기 모여있어요.
하지만 들판 외딴 집에 사는 터라 비바람이 난폭하게 불어 닥칠때면 그 힘을 온 몸으로 받을 수 밖에 없어요.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나서는 전기까지 깜빡 끊어지기도 하였어요.
냉장고와 압력밥솥, 텔레비젼까지 어느 하나 전기가 없으면 안 되는 것 투성이잖아요.
집안 살림에 전기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도 하잖아요.
갈수록 전기를 쓰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고요.
다행스럽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전기는 되돌아왔어요.
촛불을 밝혀야 하는 난데없는 해프닝을 벌이지 않아도 되었으니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고요.
(양초를 찾아쓴 지 하도 오래되어서 어디에 두었는지 조차 가물가물하기도 하였어요)
창밖으로 보이는 좁은 농로길에 전봇대의 전깃줄이 혼자 그네를 타는 것처럼 연신 출렁거렸어요.
그러고 보니 비가 오면서 그 많았던 참새들, 개구리들의 자취가 싹 사라져버렸네요.
날마다 자장가처럼 듣던 개구리들의 노랫소리가 잠잠하니 오히려 어색한 밤을 지내야했어요.
집주변을 감도는 어둠의 시간이 깊어갈 수록 비바람은 멈출줄 모르고 난폭하기만 하였어요.
마당으로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이 밤을 평탄하게 지낼수 있기만을 바랬어요.
아침이 밝아오자마자 부리나케 창밖을 먼저 살펴보았어요.
아니나따를까 장독의 뚜껑이 날아가 버린 모습을 확인하고는 어안이 벙벙하였어요.
태풍바람이 아니라 하였것만 실제로는 그에 버금갈 정도의 위협적인 바람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묵직한 장독 뚜껑을 함부로 들어서 내동댕이칠 수가 없을 것이니까요.
숱하게 만났던 지난 비바람과는 바람의 결이 완전히 다른 것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엄마! 밤새 바람이 부는 통에 장독 뚜껑이 날아갔어요!"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튀어나왔어요.
"아이쿠! 워쩐다냐!"
엄마는 밤새 장독대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짐작도 하시지 못하셨던 거에요.
"어쩐지 밤새 바람이 부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더니만……."
근심깃든 엄마의 말에 맞장구를 치면서 같이 안타까운 심정이었어요.
위의 사진처럼 논바닥 진흙속에 콱 쑤셔박힌 장독 뚜껑 서너개.
부드러운 진흙속으로 휩쓸려 들어갔으니 망정이지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졌으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을거예요.
"아까워서 워쩔거나, 왕소금 한자루를 담아놓은 장단지에도 물이 들어간 거 같은디~."
"볶아서라도 물기를 날리고 쓰면 쓸 수 있어요.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에요."
예상치 못한 일이라 대책이랄 게 가히 변변치 않았어요.
그럼에도 뚜껑 서너개만 날아간 것이니 그나마 작은 일이라고 엄마에게 자잘한 위로의 말을 되뇌었어요.
뭔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하는 말을 나누는 것만으로 마음이 조용해질 때가 있어요.
물티슈 한장도 빨아 쓰고 고무 슬리퍼도 바늘땀으로 꿰매는 왕소금 엄마에게 아깝지 않은 게 어디 있을까.
비바람이 휩쓸고 간 빈 자리, 새로운 아침햇살을 반가이 맞아요.
최근에 알게 된 조째즈의 노래 ' 모르시나요'를 함께 올려보아요.
마음을 울리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만으로 이미 충만하구나.
진심에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