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편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가을, 축제가 많은 계절이지요.
가장 가까이 인근 마을에서 제1회 코스모스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에 남편과 함께 잠깐 나들이를 다녀왔어요.
엎어지면 코 닿을 정도로 가까운 마을이라 가는 발걸음도 가벼웠고요.
타박타박 걸어서 다녀와도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어요.
한데 남편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자고 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오토바이 뒷좌석에 몸을 실었어요.
아버지의 점심식사를 먼저 차려드리고 간식까지 릴레이로 줄세워놓고요.
집을 비우는 잠깐 사이라도 아버지 혼자 계실 테니 먹거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되거든요.
주욱 뻗은 길을 따라 십여분 올라가니 넓은 공터에 이미 이웃 어르신들이 축제장을 듬성듬성 채우고 계셨어요.
경품까지 차곡 차곡 쌓아놓고 노랫소리가 가을바람을 타고 낭창낭창 들려왔어요.
흘러간 트로트 음악이 쿵쾅쿵쾅 들려오는 무대 뒷편으로 알록달록 코스모스 군락지가 하늘하늘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했어요.
연한 핑크빛 코스모스에 테두리가 진한 신품종 코스모스, 더하여 하얀색, 자주색 각기 다른 빛깔로 같으나 다른 모습이었어요.
위에 사진처럼 정작 축제를 연 마을에서 정성들여 꾸며놓은 코스모스 꽃밭에는 사람의 그림자 하나 얼씬대지 않았고요.
덕분에 사진을 찍으면서도 여유롭게 가을 하늘을 코스모스와 더불어 한아름 품어보기도 하였어요.
이름난 유명 관광 꽃축제장은 꽃보다 몰려든 관광객에 치여서 제대로 꽃 구경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겪게 되잖아요.
알려지지 않은 꽃축제, 오히려 한적한 아름다움이 덤으로 곱게 다가왔어요.
꽃 축제를 여는 주최측, 마을에서는 홍보가 덜 되어 아쉽게 여겼을 수도 있지만요.
맑은 가을하늘 아래에 코스모스 향기를 마시면서 여유롭게 걷는 시간은 마다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남편은 꽃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기꺼이 함께 해주니 그역시 감사한 일이었어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어 바삐 코스모스 사진을 찍거나 꽃향기에 취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어요.
한창 꽃 구경을 하는 중에 아는 언니가 불쑥 꽃밭에 나타났어요.
마당발로 소문난 언니답게 축제장에 들른 것이었어요.
"아유! 언제왔어유, 점심은 안 먹었으면 이리봐유~."
그 말에 남편과 그 언니의 뒤를 졸졸 따라 가보았어요.
꽃축제를 여는 동네의 부녀회에서 점심식사를 나눠주고 있었어요.
남편과 둘이 어찌할 바를 몰라 우물쭈물하였어요.
"이리와봐유, 나는 일찍 와서 이미 먹었슈, 이런 데선 맛있게 먹어주는 게 최고여."
언니의 인정어린 말을 듣고서 떨떠름한 낯빛을 푼 남편도 이내 점심배식을 받기로 하였어요.
코스모스 꽃구경을 나왔다가 뜻밖의 점심식사에 배식하는 부녀회원들에게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 잘 먹을 게요." 인삿말을 건넸어요.
실은 배식을 받을 사람도 몇 되지 않아서 줄을 설 필요도 없었어요.
떡과 과일까지 조금씩 접시에 담아주니 다 먹지 못할 정도로 푸짐하였어요.
'떡은 아버지가 좋아하니시 종이컵에 담아가야지'
남편 몫의 접시에도 남편이 손대지 않는 떡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어요.
두 사람 몫의 떡을 모으니 꽤 많았어요.
어딜가도 떡을 받으면 아버지 생각에 자꾸만 챙겨오게 되어요.
떡이나 빵이나 가릴 것 없이 그저 먹거리에 집착하는 아버지가 곁에 계시니까요.
코스모스 구경에 아버지에게 드릴 떡까지 받아서 뿌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돌아오는 길가의 코스모스까지 잘 가라고 한들한들 손을 흔들어주었어요.
등 뒤의 축제장에서는 여전히 쿵짝쿵짝 트롯트 음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고요.
어르신들이 한껏 노래에 취해서 어울려 노는 모습을 먼 눈으로 바라보았어요.
코스모스를 이뻐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았어요.
다만 노래 장르는 제 취향과 거리가 아주 멀었지만요.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5 퍼센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