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좋아하세요?

나눌수록 커지는 기쁨

by 심풀


아침 설거지를 하자마자 비닐하우스로 달려갑니다. 따갑게 비추는 햇살 속에서 하우스의 온도가 머리끝까지 솟구치기 전에. 이른 아침에 짧은 때를 맞추어 올해 처음으로 심어놓은 참외를 만나러 가봅니다.

참외 꽃은 노랗게 연신 여기저기 피어나고, 그 사이에 언뜻 노란 참외가 매달려있으니 참으로 반갑습니다. 꼬맹이 시절, 보물 찾기를 하듯 찾아내는 기쁨이 새록새록하는구나.

거친 잎사귀 뒤에 참외가 어른 주먹만 하게 달려 있습니다. 가져온 소쿠리에 참외가 하나씩 제 자리 찾아 들어앉습니다.

참외는 줄기로 뻗어나가면서 그 사이에 열매를 맺히는데 땅바닥에 붙어서 자라는 참외는 쉽게 물러 버려서 상하기 일쑤입니다. 줄기가 뻗어가도록 지지대를 설치하면 대롱대롱 허공에 매달려 있어서 금방 눈에도 쉽게 띄고 상하는 일도 줄어듭니다.

참외 잎사귀는 어찌나 거친 지, 슬쩍 스치기만 해도 손목이나 맨손에 닿으면 그대로 며칠 붉은 자국을 남깁니다. 하여 밭에 나설 때는 무조건 장화, 장갑, 모자까지 챙겼습니다. 장화는 밭에서 뱀을 만날 수 있으니 그러하고 모자는 온갖 거미줄. 나뭇잎이나 부스러기들이 머리카락에 달라붙을 수 있으니까요.(아무리 무더워도 꼭 세 가지를 챙겨야 든든하니까.)

땅바닥에 숨은 참외까지 찾아내서 소쿠리 가득히 채워 나오는 길에 하우스 앞 논에서 삽을 들고 일하시는 동네 어르신을 만납니다. 얼른 소쿠리에 담겨 있는 참외 몇 개를 집어서 어르신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갑니다.

"일찍 나오셨네요. 참외를 처음 심어보았어요. 한 번 드셔보셔요."

두 손 가득 담아 온 참외를 건네자 어르신의 표정이 환하게 빛이 납니다.

"아이구, 뭘 나까지 주고 그랴. 아부지는 잘 계시지유?"

아버지의 안부까지 물어주는 고마운 어르신이십니다. 참외를 몇 개라도 더 드리고 싶을 정도로 고운 말씀을 하시니 기분 좋은 나눔입니다.

이제 조금 가벼운 참외 소쿠리를 들고 집을 향해 바삐 걷습니다.

저만치 한 달에 며칠, 전기검침을 하는 전기 검침원 아저씨의 푸른색 경차가 도로에서 집 앞마당으로 들어섭니다.

"안녕하셔요?"

인사말을 나누다 보니 들고 있는 소쿠리의 참외를 나눠드려야겠습니다.

"농사지은 참외인데, 같이 잡셔보셔요~"

다시 몇 개의 참외를 꺼내어 드려 봅니다.

전기 검침원 아저씨는 자동차 문을 열고 나오다가 참외를 두 손으로 반갑게 받아줍니다.

"아이구, 잘 먹을게유~."

나눌수록 가벼워진 소쿠리의 무게지만 마음은 풍요롭게 가득 찹니다.

현관문을 열고 소쿠리를 들고 집안으로 들어오니 빈자리가 듬성듬성 엉성한 소쿠리를 엄마가 돌아보십니다.

"참외가 요것 뿐이여?"

갑자기 대꾸할 말이 없어서 눈을 깜박이면서 두 사람을 만난 이야기를 술술 풀어냅니다.

"그랴, 워메. 내 것이 닳아야 남의 인심도 얻는 법이여."

나눠주기 좋아하는 엄마는 진짜 큰 손이라 몇 개씩 나눠 준 것도 언뜻 불만일 듯합니다.

가족이 자급자족하기 위해 밭작물을 심고 가꿉니다. 팔기 위한 것이 아니라서 마음 편한 농사를 짓습니다. 거둔 열매를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들과 나누는 기쁨도 그 못지않게 큽니다.

어쩌다 때를 맞추지 못해서 밭에서 밑동이 조금 썩어버린 참외를 만나면, 아쉽다 못해 살짝 미안한 감정까지 스며드니. 슬그머니 다가서는 게으름을 접어두고 부지런히 거두고 나누고 싶습니다.(참외 하나까지도 제 값어치를 해낼 수 있도록.)

우리의 삶에도 귀찮은 마음이 몰려와 썩히는 재능과 시간은 없는가. 잡을 수 없는 귀한 이때가 흘러가는 강물처럼 사라져 버리기 전에 부지런하게 살피어 제 값어치대로 빛나도록 해야겠지요. 작거나 크거나 대단하거나 대단하지 않거나 우리의 작은 재능은 각자 다르고, 다른 빛으로 반짝일 수 있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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