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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마음도 어깨너머로 배우고

시골이야기

by 심풀

분주히 아침 밥상을 참이었습니다.

창밖에는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비척비척 힘겹게 걸음을 떼고 계셨습니다.

엄마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혀를 끌끌 차셨습니다.

"어쩔꺼나! 저그 저 몬냥으로 그냥 지나가믄 안 되는디."

갖으나 인적 드문 시골길입니다.

희귀병을 앓고 계신 동네분, 몸이 불편한 줄은 이미 환히 알고 있었습니다.

다른 이웃들의 눈을 피해 이른 시간을 골라 운동삼아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있는 겁니다.


"안 그래두 우리 집께 지나가믄 그냥 가지말라구 했는디, 저저! 그냥 가는구만."

전기 주전자에 물이 바글바글 끓자마다 종이컵에 믹스커피 한 잔을 쏟아붓고 이내 휘휘 저어놓았습니다.

"멀리 못 갔을겨. 얼릉 따라가서 커피나 주야것어."

엄마는 따끈한 커피 한잔을 스테인레스 쟁반에 받쳐 들고 바삐 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다 보면서 다시 한번 인정이 넘치는 엄마가 고와 보였습니다.


맑은 하늘아래, 푸른 소나무 ☆


'아픈 사람이 지나가면 차 한잔을 주고 싶어서 저리 마음을 쓰시는 구나'

겨우 당신 이름 석자를 그리듯 그리는 반까막눈 엄마입니다.

받침없는 한글이나 겨우겨우 떠듬거리면서 읽으실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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