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야기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고 손빨래를 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얼마 되지 않을 듯 합니다.
그 중에서 여든 여덟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엄마는 한겨울에도 손빨래를 고집하고 계십니다.
얼음이 꽁꽁 얼어서 한낮에도 물한방울 고이지 않는 냉랭하고 시린 날씨가 고약한 요즘입니다.
엄마는 으스스 몸을 떨어대면서 막상 빨래는 도무지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으려 하십니다.
물론 세탁기 사용법까지 환히 아시면서요.
"그럼 탈수라도 해 드릴테니 거기 그냥 두셔요."
방금 주물러 헹군 빨래를 플라스틱 대야에 수북히 담아 내오는 엄마의 모습에 황급히 말을 건네보았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귀에 닿을 리 없었습니다.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허망하게 사라진 셈이었습니다.
"아녀! 내가 알어서 햐."
기어코 매서운 바람 펄럭이는 마당 한 구석의 빨래줄에 엄마 당신의 빨래를 주르르 걸어놓으셨습니다.
빨래는 차가운 바깥공기 속에서 몸살을 앓겠지요.
빨래줄에 얹혀지지마자 연신 입김을 호호 불어대더군요.
봄철 아지랑이 한 줄기 피어오르듯 한 줄기 하얀 빛으로 빨랫감마다 난리법석이 떨었습니다.
딱 한사람 엄마의 눈에는 보아도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엄마의 기모바지에서도, 두툼한 꽃무늬 버선에서도 여지없이 말입니다.
양말이 아니라 버선입니다.
요즘에 누가 버선을 신는지 의아할 수도 있지만 그런 사람이 이렇게 버젓이 있습니다.
딱 한사람 엄마의 눈에는 보아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을 겁니다.
엄마의 등뒤에서 멀찍이 내다보면서 혀를 끌끌 차야했습니다.
'아이큐! 황태 말리는 것도 아니고 뭣하러 옷을 얼렸다 풀었다 하는지?'
아무도 못말리는 엄마의 황소고집입니다.
어쩔 방법이 없어서 그만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고요.
한두시간 후에 마당에서 벌을 서고 있는 엄마의 옷을 살펴보니 역시나 고드름이 바지에 열렸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추위에 떨다가 바지끝에 매달니 물방울이 그만 얼음이 되었겠지요.
"엄마! 엄마바지에 고드름이 열렸어요."
고드름이 지붕 처마 끝에나 열리는 줄 알았더니 고집센 엄마덕에 새로운 풍경을 구경하였습니다.
"괜찮어. 뭘 그랴. 다 말르게 되는 겨."
놀란 기색도 없이 엄마는 대답까지도 느긋느긋하였습니다.
하긴 마르게 되겠지요.
엄마의 옷은 3박4일동안 추위에 시달리면서 얼었다 풀렸다하면서 고달프게 마른 빨래로 돌아올 것 같습니다.
세탁기, 집안일을 돕는 제일 큰 도움꾼이것만 엄마는 어쩌자고 저러시는지 당최 모르겠습니다.
전기값이 아까워서 그러시나 막연히 추측을 해봐도 역시 이해하기가 힘들거든요.
아니면 평생 몸에 밴 손빨래 습관을 놓지 못하시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요.
일년내내 손수건 한 장도 내 손으로 빨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런지요.
간편하고 쉬운 방법으로 세상은 오늘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물며 손빨래라니요.
손빨래를 할 만큼 여든 여덟의 엄마가 건강하시니 다행이라고 여겨보려 합니다.
비록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요.
진심에 진심으로.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
-셰익스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