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만에 개기월식
(3월 3일 저녁8시33분)

토편지

by 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정월 대보름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3월 3일 저녁 8시 33분에 는 열일을 젖혀두고 그저 하늘을 올려다봐야겠어요.

무려 36년만에 개기월식이라니.

그럴 만하잖아요.

으레 정월 대보름날이면 둥근 달에 소원을 빌어보았는데 이번에는 더욱 특별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월식 예상시간이 그리 깊은 밤이 아니라 더욱 반가운 시간대이기도 하고요.


image.png 개기월식 보도자료☆


정월 대보름날에 맞추어 오곡밥을 지어먹습니다.

하이얀 쌀밥은 평소에도 멀리하고 있습니다.

하긴 김밥을 쌀 때에도 어느 땐 쌀로만 밥을 짓지 않고 잡곡을 넣어서 얼룩덜룩한 밥을 짓습니다.

비록 모양새는 조금 아쉽더라도 건강이 우선이라고 여기니까요.

통곡물이 건강에 좋다는 말은 들은 수년전부터요.

하루 세끼, 주식인 만큼 허투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기왕이면 오곡이 아니라 아홉가지 열가지 곡물을 섞어 먹는 날도 숱합니다.

현미는 물론 보리, 조, 수수에 귀리, 흑미, 렌틸콩까지 손꼽으려니 열 손가락을 채울 정도입니다.

다행히 혼합곡물을 찾는 사람이 많은 세상, 그다지 번거로운 일도 없고요.

"쌀밥만 먹는 게 제일 건강에 도움이 안된대요."

연로한 부모님은 쌀밥을 양껏 먹지 못한 지난 세월에 한 맺혔다는 말씀을 간혹 하십니다.

그 시절, 보릿고개를 겪으셨으니 오죽하랴.

"쌀밥만 먹는 게 제일 건강에 도움이 안된대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제는 쌀로만 밥을 씻을때부터 오히려 어느 구석인가 허전합니다.

하여 어쩌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나 쌀밥입니다.

말하자면 밥짓는 사람입장에서 가장 손쉬운 게 쌀밥인 셈입니다.


image.png 지난해 벼 이삭 사진☆


더하여 갖은 나물도 무치곤 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나물이 바로 시래기나물입니다.

우선, 말린 무청 시래기를 삶아 데치는 일부터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합니다.

무청의 줄기가 입안에 들어가면 흐물흐물 씹히도록 따로 질긴 껍질 부분을 일일이 벗겨서 손질을 해두어야 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묵은 나물에 아이들은 시큰둥하기 있쑤입니다.

기껏 두 아이들이 반기는 나물은 콩나물이거나 숙주나물 어쩌다 시금치 나물정도입니다.

묵은 나물을 상에 올리는 대보름날, 자칫 어른들만의 행사가 될 여지가 큽니다.

지난해 농사지은 무청 시래기는 아래 사진처럼 딱히 먹음직스러운 때깔도 아니거든요.

어르들이야 무청 시래기로 나물비빔밥이나 된장찌개로도 활용하니 나름대로 쓸모가 다양합니다.


image.png 시래기 나물☆


3월 3일 대보름날 건강한 먹거리로 영양을 채우고 저녁시간을 기다려야겠습니다.

맨 눈으로도 또렷하게 일련의 월식 과정이 보일런지는 지금으로선 장담할 수 없는 일습니다.

천문 관측를 위주로 하는 천문대까지 알음알음 찾아갈 시간도 깜냥도 없습니다.

운좋게 천문대 가까이에 살고 있다면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봐도 좋으련만.

아쉬운대로 집에서 그 시간을 기다렸다가 편안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3월 3일, 그날저녁에는 떠도는 구름마저도 얼쩡거리지 않고 선뜻 자리를 비켜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36년만에 돌아오는 월식을 누구나 집에서 즐거이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심풀 올림.


image.png 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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