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 얻은 딸기,나눌수록 달콤해

토편지

by 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하루종일 비가 내리던 그 날이었어요.

아침에 이슬비처럼 조용히 내리던 빗줄기가 낮을 거쳐 저녁에 이르니 더욱 거칠게 변해 쏟아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마을회관 나들이를 나간 엄마도 평소보다 서둘러 집에 돌아오셨습니다.

"막내야! 저짝 딸기 비닐하우스 알잖어? 그짝으로 얼릉 오토바이 끌구 다녀와야 쓰것어.딸기 가질러 오라는디 워쩔겨. 언능 가봐라 잉?"

동네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집은 여럿이지만 그중에서 정많은 동네 언니 한분이 아픈 아버지를 유독 살뜰히 챙겨주고 있습니다.

시장에 내놓기에는 어딘가 시원찮은 딸기를 치매 아버지 몫으로 나눔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언니의 속뜻을 어림짐작하는 터라 마다할 이유도 없고 머뭇댈 필요는 더욱 없었습니다.

image.png 마트 플라스틱 바구니에 딸기☆

그럼에도 하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이런 날에 딸기를 굳이 가지러 가야하는 지 절로 부루퉁한 마음이 우선 들었습니다.

"그럼 비옷을 챙겨입고 다녀 올게요."

어차피 오든지 가든지 내 몫이 될 테니 빨리 다녀오는 게 속 편한 노릇이었습니다.

서둘러 모자를 단단히 눌러 쓰고 비옷에 마스크, 장갑까지 꼼꼼히 챙겨 입었습니다.

주룩주륵 떨어지는 빗속을 헤치고 갈 요량이라 둔한 차림새에 신경쓸 여력도 딱히 없었고요.

image.png 남편 회사로 가는 딸기☆

오토바이로 달려가면 기껏해야 5분거리, 딸기 하우스입니다.

봄비, 겨울의 그것과는 다르다해도 세찬 바람에 손끝이 서서히 시려오는 참에 딸기 하우스에 당도하였습니다.

"언니, 계세요?"

이미 열어놓은 딸기 하우스 문을 열어젖히고 들어서면서 무턱대고 인삿말부터 건넸습니다.

"동생이 왔구만, 이것 좀 가져가서 아부지 갈아드려봐."

동네 언니가 기다렸다듯이 반겨주었습니다.

비닐 하우스 한 귀퉁에 동그란 딸기 바구니가 시루떡처럼 켜켜이 놓여있었습니다.

한눈에도 꽤 많은 양이라서 괜히 '헉' 숨이 막히더군요.

"아니! 너무 많은 데 이걸 다요? 아버지도 딸기는 갈아 드리지 않아도 생으로도 잘 드시긴 해요."

그 언니는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바구니를 어디선가 냉큼 가져오더니 딸기 바구니의 딸기를 우르르 쏟아부었습니다.

'한 바구니도 고마운데 저리 큰 데 담아주다니! '

언니의 거침없는 아낌없는 손길에 그 플라스틱 마트 바구니는 순식간에 아슬아슬 목까지 딸기로 가득찼습니다.

위의 바구니 사진처럼요.

더 담을래야 담을 수도 없을 지경이었답니다.

덜컹덜컹 오토바이에 딸기를 떨어뜨리지 않고 무사히 싣고 집으로 오려면요.


image.png 하트 아니면 나비 모양, 그럼에도 딸기☆



맨몸으로 달려가던 때와는 달리 한층 묵직해진 오토바이였습니다.

핸들 앞 바구니 칸에도 다 담지 못한 딸기 바구니를 또 하나 얹어주었으니까요.

감사의 인사를 여느때와 달리 더 깊이 연신 굽신굽신하였습니다.

"언니! 잘 먹을게요."

집을 나설 때 얼핏 귀찮아했던 때는 언제였나싶게 뜻밖의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엄마! 이것 좀 보셔요."

얻어온 딸기 바구니를 들이밀자 엄마는 허리 디스크 복대를 두르고서 벌떡 몸을 일으키셨습니다.

그러곤 가져온 엄청난 딸기 바구니를 들여다보고는 입이 떡 벌어지셨습니다.

"아따! 이르키 많이 준다냐."

엄마는 허리가 아프면 대수냐하면서 연거푸 딸기를 골라내기 시작하셨습니다.

과연 그럴 만도 하지하면서 싱글벙글 웃으며 엄마랑 머리를 맞대고 딸기를 집어냈습니다.

"괜찮은 딸기는 골라내서 회사직원들이랑 나눠 먹으라고 보내야겠어요."

어차피 딸기는 하루이틀만 지나도 물러버리는 습성이 있어 욕심을 부릴 까닭이 없었거든요.

냉장고에 보관을 하여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여태껏 아버지와 막내둥이 몫이면 그만 바닥을 보이던 딸기였습니다.

남아돌아서 누구에게 나눔을 하기는 커녕 집 식구들 사이에도 아껴 먹었고요.

받은 것을 또다시 나눔으로 보내면서 기쁨은 자꾸만 늘어났습니다.

그러고보니 집 뒤에 부추 농사를 짓는 이웃아저씨에게도 딸기 한 접시를 내어드려야겠군요.

'부르릉 툭탁 부르릉 툭탁'

거름을 뿌리고 밭고랑을 일구느라 아침부터 시끌벅적한 모양입니다.

무엇이든 많이 받으면 받은 만큼 나눌 곳이 많아지니 더없이 고마운 일입니다.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심풀 올림.

image.png 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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