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바퀴의 아름다움

금일기

by 심풀


2025년 1월 17일



날씨가 참으로 변덕스러워요. 벼린 칼날처럼 손끝을 살짝 스치기만 하여도 붉은 핏방울 뚝뚝 떨어질 듯 하다가 금세 햇살 따스하게 쏟아지기도 하거든요. 하도 글에 올려놓을 사진이 없길래 무작장 개천으로 나선 걸음이었어요.

사계절 중 가장 사진 가뭄이 드는 이 시간, 겨울이니까요. 아래의 사진은 집 앞 개천에서 여러 장 찍은 사진 중 하나에요. 영하의 날씨가 계속 되지 않은 덕택에 하천의 물은 바깥쪽의 살얼음을 빼놓고는 겨울이 무색하게 콸콸 힘차게 흘러가고 있었어요.


제법 맑은 물이라 한참을 그대로 찬바람을 맞으며 물속을 들여다 보았지만 물고기는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고요. 하늘 저 꼭대기 아득한 손 닿지 않는 곳에 머문 태양은 눈이 부셔서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어요.

대신 바로 눈 앞 시냇물속에 고스란히 잠겨있는 태양을 편안하게 들여다보는 기쁨을 누려보아요. 뜻밖의 선물을 만난 듯 환호성을 지르며 오늘 사진을 이 글에 올리고 있어요. 겨울 하늘의 태양을 맨 눈으로 똑바로 바라볼 순 없어도 우리는 물 속에 뜬 태양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으니까요.




KakaoTalk_20250116_083319525.jpg?type=w773 시냇물에서 만난 하늘의 태양


'눈에 보이는 물고기는 잡을 수 없다.'

이 말을 곱씹게 되어요.시냇가로 무작정 들어서면서 어떤 그림을 만날까. 대강 억새풀, 돌멩이, 물속 작은 생명체 등을 혼자 그려보았지만 역시 머릿속의 상상은 실제와 다르고 달라서 더 값진 그림을 얻기도 해요.

우리의 잡다한 생각이나 쓸데없는 번민도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지나가는 것일 뿐이고요. 세상의 아이러니한 이치로 생각치 못한 수많은 우연으로 빚어내는 선물같은 나날들이 우리 앞에 있구나. 햇살, 바람 한자락까지도 잡아 두려 말고, 사람도 붙잡아 우리 곁에 억지로 앉혀둘 수 없지요.

'그냥 그대로 흘러가는 것.'

5 퍼센트의 글친구들이 새로 찾아들고 멀어지는 그 순환의 고리 또한 자연이겠구나. 집 앞에서 몇 걸음, 조그만 걸어도 고여드는 생각을 쉬이 떠나보낼 수 있어요. 시골마을이든지 일년내내 북적이는 서울이든지 가릴 것 없어요. 아파트 숲에서도 얼마든지 근처 놀이터나 공원을 끼고 동네 한바퀴만 돌아도 우리의 마음은 바람처럼 가벼워질 수 있으니까요.


자동차와 기차, 버스를 갈아타고 먼 길을 나서는 자잘한 번거로움조차 없이 말이에요. 제일 발이 편안한 운동화 한켤레만 있으면 만날 수 있는 세상 간편한 나들이, 동네 한바퀴의 아름다움이 있어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들은 너무 귀하여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게 아닐까. 보이지 않는 우리앞의 소소한 기쁨을 찾아낼 수 있는 시선. 그 마음의 눈이 절실한 겨울이에요. 가장 가까이에 있어 눈에 띄지 않지만 더없이 필요한 해와 달, 바람과 햇살처럼요.


글쓰면서 감사할 일이 자꾸 샘솟고 있어요. 감사일기로 담아 쓰자면 끝없이 써낼 수 있을 정도에요.

글쓰기 전에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충만함과 감사로 채워지는 하루. 날씨가 따스하여 눈이 아니라 빗방울이 쏟아지면 그대로 눈 치울 없어 가뿐하여 신이나고요.


차갑게 얼어붙어 밤새 몰래 도둑 함박눈이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면 그땐 강아지 마음이 되어 누렁이와 함께 찬란한 하얀 세상을 반기게 되어요. 오늘 아침, 추워도 춥지 않아도 우리의 행복은 줄어들지 않지요. 날마다 첫날, 오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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