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가 눈 치우다 그만 병이 났어요

금일기

by 심풀

1월 31일, 1월 마지막 금요일이에요.

내리 사나흘간 폭설이 쏟아졌어요.

그 탓에 결코 웃지 못할 사건이 생길 줄이야.

바로 지난해 퇴직한 형부가 명절 휴일 아침에 눈을 치우다 그만 병이 나버린 거예요.

형부는 팔순 엄마 못지 않은 부지런쟁이에요.

사계절 늦잠을 모르는 새벽형 인간이고요.

형부가 산책을 한 번 나서면 동네 한바퀴 정도는 성에 차지 않는 스타일, 행정구역을 벗어날 정도로 하도 멀리 멀리 나다니는 통에 식구들이 설핏 불안할 정도예요.


900%EF%BC%BF20250128%EF%BC%BF093727.jpg?type=w773 제 몸보다 더 깊게 쌓인 눈더미☆


형부와 언니가 설 연휴를 맞아 하룻밤을 자고 나니 폭설이 내렸어요.

너른 마당에 주차해놓은 형부의 자동차위로 여지없이 무거운 눈덩어리가 수북하게 쌓였고요.

아침 식사 준비로 마침 분주하여서 마당에 눈치우는 일은 형부가 맡기로 하였고요.

"내가 마당의 눈도 치우고 자동차에 쌓인 눈도 정리할 테니 신경쓰지 말어."

호기로운 형부의 말을 그대로 믿고 아무생각없이 아버지의 아침식사에 몰두하고 있었지요.

마침 엄마도 안쓰러웠는지 서툰 형부만 마당에 내보낼 수 없다면서 따라나서주셨으니 그것으로 안심하였고요.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흘러갔어요.

드르륵 현관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형부의 낯빛이 금새 새하얀 눈처럼 차갑게 굳어 버린 것이 낯설게 보였어요.

"아무래도 갈비뼈가 잘못 되었는지 너무 아프네!"

엄살부리는 성격도 아니고 그런 일로 장난을 칠 형부가 아닌지라 그 말 한마디가 왜이리 바위덩어리처럼 무겁게 다가오는지 겁이 덜컥 났어요.

남편을 다급하게 불러 명절 휴일에 열고 있는 정형외과에 형부를 모시고 다녀오길 부탁할 수 밖에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어요.

"아, 다행히 가까운 곳에 정형외과가 진료중이네. 전화로 우선 확인을 좀 하고요."

남편도 엉거주춤한 채 찌푸린 형부의 모습을 보고는 지체할 수 없는 일인것을 한눈에 알아챘어요.

"11시 30분까지 진료가능하다니까 빨리 다녀올게요."

남편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언니가 보호자로 뒷자리에 타고 형부와 셋이 병원을 향해 출발하였어요.

갑작스런 소동에 엄마는 마음이 부대끼는 지 멀어져가는 남편의 차를 바라보면서 내리 한숨을 깊게 쉬어야 했어요.

"아이구, 뭔 놈의 눈이 이렇게 쏟아지는 겨. 큰 사위가 눈을 치우다 병이 나버렸으니 워쪄! 내가 사돈 양반한테 낯짝을 들 수 가 없구, 눈을 월매나 치웠다고 갈비뼈가 상한 다냐! 내가 몸이 따가워서 앉아 있을 수가 없구만."

엄마의 구구절절한 하소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어요.

형부는 자신의 자동차에 쌓인 눈을 털어내고 마당의 눈은 사람의 발길만 다닐 수 있게 작은 길을 내놓았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럼에도 갈비뼈에 통증은 너무 확실하여 온갖 추측을 하면서 엄마는 마음을 졸여야 했어요.

"이제 겨우 환갑지난 네 형부 아니냐. 달랑 고깟일로 갈비뼈가 잘못되었다믄 그것도 기함하고 놀랄 일이여.

우짜냐!"

병원으로 달려간 언니의 전화가 올 때까지 엄마의 길고 긴 걱정과 한숨은 끝날 수 가 없었어요.

"갈비뼈는 이상없다고 전해드려. 엑스레이로 사진을 찍어 봤으니 엄마한테 꼭 전해드리고~"

그후 얼마 안되어 다행히 형부는 진통제 주사와 약 처방을 받고 가슴에 복대를 두른 채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고요.

핏기가 하나 없이 얼어붙었던 형부의 얼굴표정도 병원에 다녀오고 나선 되돌아온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풀려 있었어요.

눈의 무게가 습기를 머금었으니 그만큼 무거웠지만 형부의 몸 상태도 믿음직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에요.

하여 두고 두고 엄마의 넋두리는 한동안 이어져 갈 듯해요.

게다가 언니가 지난 여름부터 꽁꽁 숨기고 있는 비밀.

언니의 숨겨진 병치레에 이번 참에 겪은 형부의 시원찮은 몸 상태까지 한몸인듯 안타까운 커플이예요.

예상치 못한 설 연휴의 폭설, 그 보다 더 놀라운 일은 눈을 치우다 병이 나버린 형부의 연약한 모습이었어요.

당장 형부가 큰 병에 걸린 게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그나마 깊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요.

눈은 가벼운 듯 무거웠고, 환갑 지난 형부는 믿음너머로 깨질 듯 아슬하였어요.

작은 일로 마무리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감사한 마음은 끝이 없어요.

진심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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