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걸음 글쓰기
2월은 짧습니다.
더하여 글쓰기 수업은 이제 절반, 남아있는 수업이 벌써 아쉬울 지경입니다.
지난번 글쓰기 평가를 받고 서른 명 남짓 수강생중 딱 두사람만 선생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았습니다.
운좋은 사람, 오퍼센트입니다.
이번에도 운좋게 글쓰기 선생님이 제 이름을 첫번째로 불러주셨습니다.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과제를 성실히 하는 통에 응원삼아 주는 상인가 봅니다.
이번 선물은 선생님의 아내분의 책입니다.
이미 중앙지에 시부문 등단을 하신 시인을 부인으로 두셨으니 선생님이야말로 능력자입니다.
과제 평가를 시인인 아내분이 직접 하고 선물 받을 두 사람을 선정하였다고 합니다.
신춘문예에 등단한 시인이 직접 오퍼센트의 글을 읽어주셨다니 그것만으로도 영광스런 일입니다.
시인이 직접 쓴 에세이 책을 얼떨결에 받고 나서 글과 시공부를 더욱 부지런히 할 결심을 합니다.
자유로운 글쓰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짧은 글쓰기 강좌입니다.
문예창작과 학생처럼 모든 수강생들이 필수적으로 써내지 않아도 됩니다.
과제 수행이 자유로우니 쓰는 사람만 쓰는 경향도 있는 듯 합니다.
앞으로 몇 번 남은 글쓰기 수업을 손가락으로 세어보아도 금방 끝이 보입니다.
짧은 가르침이지만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새겨 듣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이런 글쓰기 수업을 만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으니까.
선생님 말씀으론 지난해에도 방학중에 수업을 하셨다니 다음번 강의도 기다려보려합니다.
도서관.
책을 빌려 보고 전시회에 강연까지 듣는 그야말로 보물단지가 따로 없습니다.
마음이 부르는 곳, 도서관입니다.
글쓰기 전에는 가장 편안하게 책 구경을 하기 위해, 지금은 독서와 글쓰기공부를 위해 떠날 수 없는 곳입니다.
2월, 열두달 중 가장 짧아서 더 빨리 가버릴 것 같은 시간을 지나오고 있습니다.
무슨 과제를 제출하여 선물을 받았는지 궁금하실 듯 하여 부분적으로 올려놓습니다.
사진에 어울리는 글쓰기를 하는 게 과제였습니다.
총 8줄, 한 줄은 27자로 제한하는 글쓰기입니다.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글쓰기 과제인지라 안 한 사람이 더 많은 덕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내 이름은 참깨」
바람타고 날아와 막다른 마당 한 구석에 먼지 같은 흙속에 뿌리 내렸어.
사람들은 쪼그만 것에 내 이름을 붙이곤 정작 나를 몰라보기 일쑤야.
들깨랑 다른 내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씨앗 까막눈 세상이었구나.
외로이 피어도 내이름은 참깨, 아침햇살로 샤워하고 비바람은 친구야.
농부의 정성스런 손길은 커녕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해도 난 괜찮아.
밭도 아닌 곳에서 싹을 틔우고 줄기와 푸른 이파리까지 무성하니까.
한 개의 꽃 봉오리가 여린 숨소리를 흘려주던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해.
달빛 아래 남몰래 무럭무럭 자라나 하얀 꽃, 다부진 열매를 맺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