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편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2월 가장 짧지만 깊은 시간을 만나고 있어요.
바로 나를 위한 시간을 조금씩 더 내주고 있거든요.
일어나자마자 해야할 일들은 하면서도 자투리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나만을 위한 시간을 만끽하려 애쓰고 있고요.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읽고 아름다운 시를 필사하면서 기뻐하는 자신을 보는 게 무에그리 큰일인가 싶기도 하지만요.
나에게 없는 것을 탐하는 일도 힘에 겨운 일.
세상의 번잡한 일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지만요.
다시 못오는 이 시기를 연예인 뒷담화, 옆집 아니면 아는 언니네 속사정을 굳이 들어야 필요는 없으리라.
무슨 까닭인지 글쓰면서 말 한마디를 쉬이 뱉을 수가 없어요.
친구들과의 작은 만남에서조차 말을 길게 하기 보단 듣는 게 훨씬 편해요.
두서 없이 울퉁불퉁한 글쓰기 꺼려하는 것처럼 말은 막을 수 없이 불쑥 흘러나오는 통에 더욱 조심스러워지고요.
더 신중해진 자신을 만나면서 쇼핑과 수다시간이 흐릿하게 사라져 가고 있어요.
쇼핑은 꼭 필요한 물건만 사면 그뿐이고 ,편안한 친구들과 수다시간은 어쩌다 한번이지요
셀 수 없이 많은 물건 중에 무언가를 고르는 일도 골치아픈 일이고요.
언제든 떠나야 할 그 시간이 돌아온다해도 쇼핑을 못해서 수다시간을 못 가진게 아쉬울 일은 아닐 듯 해요.
정답없는 이 세상, 각자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해 걸어가면 되는 일이니까요.
그런가하면 글쓰기는 더욱 자유롭게 쓰고 싶어요.
여태껏 써봤던 글의 장르가 아니어도 두툼한 경계의 벽을 단숨에 부수고 써보면 어떨까해요.
삶은 도전이고, 글쓰기는 나만의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지요.
'그냥 쓰면 된다'
엊그제는 3장 6구 45자 내외 단시조를 읽으며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았어요.
시조는 고리타분한 글인줄 착각하였던 어리석은 자신을 보았지요.
전에 동시는 꼬맹이들이나 읽는 줄 알았던 것처럼요.
겹겹이 편견을 갑옷처럼 두르고 살면서 그런 줄 모르고 지나왔네요.
그 비좁은 시야를 글쓰면서 제대로 한꺼풀씩 벗고 있어요.
깨우쳐야 읽어야 할 좋은 책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좋은 책을 끊임없이 찾아읽으면서 숫자를 세지 않아요.
흔히 천권, 만권의 책을 만나야 제대로 글을 보는 눈이 생긴다는 말을 하지요.
아름다운 꽃을 바라보는 순간, 그 시간을 재어보는 사람이 있겠는가.
세지 못하고 셀 수 없고 세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지요.
그저 기쁘게 즐기고 아름다운 그 시간을 누리면 될 일이니까.
가끔 누가 몇 권의 책을 읽었다는 소리를 하면 그럴수도 있구나해요.
세어보지 않을 자유를 만끽하면서 그저 좋은 책과 글을 향해 걸어가고 싶어요.
물론 블로그 통계도 들여다 볼 짬이 없기도 하고요.
그 안에 든 통계적 수치로 글과 이웃들의 유입, 경로 분석을 하는 것을 곁으로 보아 알고있어요.
통계가 가르쳐 준 수치는 정보글을 쓰는 블로거에겐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겠지요.
순수한 글쓰기를 하는 지라 수많은 이들의 관심을 끄는 글의 주제에 눈독을 들이지 않아요.
겉핧기식의 글을 쓸 바에야 있는 그대로 내 이야기를 쓰면서 편안히 삶을 기록해나가고 싶으니까요.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5 퍼센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