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입은 무겁게, 글은 자유롭게

토편지

by 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2월 가장 짧지만 깊은 시간을 만나고 있어요.

바로 나를 위한 시간을 조금씩 더 내주고 있거든요.

일어나자마자 해야할 일들은 하면서도 자투리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나만을 위한 시간을 만끽하려 애쓰고 있고요.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읽고 아름다운 시를 필사하면서 기뻐하는 자신을 보는 게 무에그리 큰일인가 싶기도 하지만요.

나에게 없는 것을 탐하는 일도 힘에 겨운 일.

세상의 번잡한 일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지만요.

다시 못오는 이 시기를 연예인 뒷담화, 옆집 아니면 아는 언니네 속사정을 굳이 들어야 필요는 없으리라.

무슨 까닭인지 글쓰면서 말 한마디를 쉬이 뱉을 수가 없어요.

친구들과의 작은 만남에서조차 말을 길게 하기 보단 듣는 게 훨씬 편해요.

두서 없이 울퉁불퉁한 글쓰기 꺼려하는 것처럼 말은 막을 수 없이 불쑥 흘러나오는 통에 더욱 조심스러워지고요.

더 신중해진 자신을 만나면서 쇼핑과 수다시간이 흐릿하게 사라져 가고 있어요.

쇼핑은 꼭 필요한 물건만 사면 그뿐이고 ,편안한 친구들과 수다시간은 어쩌다 한번이지요

셀 수 없이 많은 물건 중에 무언가를 고르는 일도 골치아픈 일이고요.

언제든 떠나야 할 그 시간이 돌아온다해도 쇼핑을 못해서 수다시간을 못 가진게 아쉬울 일은 아닐 듯 해요.

정답없는 이 세상, 각자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해 걸어가면 되는 일이니까요.

SE-c29e7046-5071-4db7-87c9-77a08e243a52.jpg?type=w773 하늘, 달☆


그런가하면 글쓰기는 더욱 자유롭게 쓰고 싶어요.

여태껏 써봤던 글의 장르가 아니어도 두툼한 경계의 벽을 단숨에 부수고 써보면 어떨까해요.

삶은 도전이고, 글쓰기는 나만의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지요.

'그냥 쓰면 된다'

엊그제는 3장 6구 45자 내외 단시조를 읽으며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았어요.

시조는 고리타분한 글인줄 착각하였던 어리석은 자신을 보았지요.

전에 동시는 꼬맹이들이나 읽는 줄 알았던 것처럼요.

겹겹이 편견을 갑옷처럼 두르고 살면서 그런 줄 모르고 지나왔네요.

그 비좁은 시야를 글쓰면서 제대로 한꺼풀씩 벗고 있어요.

깨우쳐야 읽어야 할 좋은 책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나 설레는 일인가.

좋은 책을 끊임없이 찾아읽으면서 숫자를 세지 않아요.

흔히 천권, 만권의 책을 만나야 제대로 글을 보는 눈이 생긴다는 말을 하지요.

아름다운 꽃을 바라보는 순간, 그 시간을 재어보는 사람이 있겠는가.

세지 못하고 셀 수 없고 세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지요.

그저 기쁘게 즐기고 아름다운 그 시간을 누리면 될 일이니까.

가끔 누가 몇 권의 책을 읽었다는 소리를 하면 그럴수도 있구나해요.

세어보지 않을 자유를 만끽하면서 그저 좋은 책과 글을 향해 걸어가고 싶어요.

물론 블로그 통계도 들여다 볼 짬이 없기도 하고요.

그 안에 든 통계적 수치로 글과 이웃들의 유입, 경로 분석을 하는 것을 곁으로 보아 알고있어요.

통계가 가르쳐 준 수치는 정보글을 쓰는 블로거에겐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겠지요.

순수한 글쓰기를 하는 지라 수많은 이들의 관심을 끄는 글의 주제에 눈독을 들이지 않아요.

겉핧기식의 글을 쓸 바에야 있는 그대로 내 이야기를 쓰면서 편안히 삶을 기록해나가고 싶으니까요.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5 퍼센트 올림.

envelope-7076001_640.png 다른 듯 같은 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양뿔발톱을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