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기
2월 21일 금요일이에요.
아버지의 밥톱이야기를 하려해요.
양뿔발톱을 아세요?
양의 뿔처럼 굽어지는 발톱질환이에요.
평범한 손톱깍이로는 도저히 깍을 수도 없어요.
입구가 완전히 열려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특화된 발톱깍이를 구입하였고요.
쿠팡에서 맞춤 상품이 있어 다행이었어요.
더하여 아버지를 모시고 피부과에서 상담을 받아 보기도 하였어요.
"할아버지들이 대개 이런 병증을 보이시는데 애석하게도 달리 방법이 없어요."
평소 다니는 피부과 선생님의 조언을 들어도 신통치 않았어요.
할수 없이 발톱만 잘라 드리고 있는 형편이고요.
발톱이 하도 두툼하여서 악력이 필요한 일이라 남편이 대신 도와주었어요.
이런 순간마다 남편이 참으로 귀한 사람인 것을 다시 깨달아요.
장인어른의 발톱을 사위가 잘라드리는 모습을 옆에 앉아 보면서 사진을 찍어 놓았어요.
엄지 발가락처럼 힘이 가장 필요한 부분은 남편이 도맡아 잘라 주고 있어요.
손쉬운 새끼 발가락은 상대적으로 힘이 덜 필요한 지라 직접 다듬어 드렸고요.
건강하고 탄력있는 발톱상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에요.
건강치 않은 발톱,잘라도 잘라도 힘없이 푸석하게 떨어져 나갔어요.
아픈 아버지의 몸은 발톱 끝자락까지 성치 못하구나.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서툴게나마 구부러진 양뿔발톱을 세심하게 잘라내어 판판하게 다듬어 놓으니 아버지가 제법 신통해 보였는지 낯빛이 환해지셨어요.
병든 발톱을 싹뚝 싹뚝 시원스레 잘라내니 그것만으로도 깔끔해 보였어요.
발질환중 무좀은 흔히 들었던 질병이지요.
여름철 습진이나 무좀이 쉽게 발병하기도 하고요.
그에비해 양뿔발톱은 아버지의 일로 처음 겪어보았어요.
그럼에도 걷기에 불편할 정도는 아닌터라 그역시 감사히 여기고 있어요.
아침식사후에는 엄마와 만세운동도 곧잘 하시니 반가이 보았고요.
아버지 혼자서도 손뼉을 치거나 팔운동은 종종 하고 계셔요.
그것만으로도 기쁜 나날이에요.
런닝머신은 하체가 부실한 상태라 오히려 밀려 넘어질 까 두려워 억지로 권하지는 않고 있고요.
하긴 억지로 할 수 없는 게 운동이지요.
자발적으로 해야 오래하고 제대로 운동효과를 볼 테니까요.
아이처럼 잼잼도 하면서 손가락 운동도 하시곤 해요.
노인과 아이는 극과 극으로 통하는 사이.
왔던 대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겪고 계신 것은 아닐까.
삶은 그렇게 돌고 도는 이치겠지요.
인생 팔십여년.
요즘은 아픈 상태로 오래사니 백세라고도 부르지만요.
긴 세월을 살아내면 아이가 되어 다시 연약해지고 부서지기 쉬운 상태로 돌아가지요.
처음 왔을 때처럼 누구한테든 의지해야 살아갈 수 있고요.
삶은 자연의 방식대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요.
잡을 수 없어 더 안타깝고 소중한 우리의 오늘이에요.
누구에게나 공평한 삶의 초시계는 이시간에도 정직하게 제박자로 맞물려가고 있어요.
그런만큼 절실한 마음가짐으로 기쁜 오늘을 맞이해 보아요.
진심에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