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
오퍼센트, 자작시 『 나만 빠진 글의 저작권 』 ☆
자동차 키를 어디에 두었나도 기억을 못해 외투를 뒤지는 일은 다반사고요.
그때마다 남편의 잔소리를 들어도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리지요.
챙겨야 할 게 왜 그리 많은가.
하여 모니터 앞에 포스트 잇을 부쳐놓고 메모를 꼭 해놓고 있어요.
농사일이 없는 겨울철, 가장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럼에도 실수투성이.
그나마 메모를 보면서 자잘한 기억을 보충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되어요.
일요시.
자작시를 짓다가도 뭔가 빠진 게 있구나 싶어 처음부터 훑어 읽어보았어요.
아뿔사!
글쓰는 내 몫을 그만 쏙 빼놓고 시를 짓고 있었던 거예요.
딱 이솝우화 『돼지들의 소풍』과 같은 모습으로요.
허둥지둥 정신줄을 붙들고 시를 다듬어야 했어요.
나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글쓰기를 하는 지도 모르겠어요.
아니면 숨은 나를 찾기위해 글을 쓰거나요.
가장 가까이에 있어 그만큼 내 눈에 띄지 않는 나.
나는 나를 가장 잘 알면서도 동시에 전혀 모르기도 하거든요.
가까운 듯 먼 사람, 바로 나 자신이고요.
글쓰기의 오묘한 힘으로 평생 만나지 못했던 내 모습을 조금씩 만나고 있어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스스로도 모르고 있어요.
다만 그 모든 새로운 변화를 반가워하며 맞이할 것만을 알고 있을 뿐이에요.
진심에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