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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빠진 글의 저작권 」 자작시

일요시

by 심풀


「나만 빠진 글의 저작권 」








내 글의 저작권에 대해 낱낱이 풀어보자면




치매아버지 열두 번 밥 타령이 11%


병원순례, 하루 종일 간식 릴레이가 덤으로 1%


팔순엄마 농사일 메들리 8%


‘아이구! 죽것네’ 하루 천만번 넋두리 2%


남편은 나의 세 번째 손이라 20%


그가 못 고치는 물건은 진짜 고물


고양이, 강아지 맨 아래 밥그릇1%




논밭에서 만나는 식물들의 속사정 3%


지붕위에 집지은 참새와 논두렁 까치는 매일 만나는 이웃 1%


강물, 눈물, 빗방울, 시간 모든 흘러가는 것들은 아름다워 3.5%


책은 평생친구, 도서관은 최고의 놀이터 15%


친구의 얼굴은 세월의 거울 7%


해달바람나무그림자소나기를 품은 자연은 15%




큰아이는 아쉬워도 0%


(중학교 땐 등짝사진만, 대나무 숲 글쓰기에 선긋기)


막내아이가 어느새 미디어 코치 8%


(새로운 세상은 가장 가까이 너에게서 흘러나오네)




돼지들의 소풍!


나만 빠진 저작권의 행방, 아니면 그 모든 것이 나일까.




오퍼센트, 자작시 『 나만 빠진 글의 저작권 』 ☆




자동차 키를 어디에 두었나도 기억을 못해 외투를 뒤지는 일은 다반사고요.

그때마다 남편의 잔소리를 들어도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리지요.

챙겨야 할 게 왜 그리 많은가.

하여 모니터 앞에 포스트 잇을 부쳐놓고 메모를 꼭 해놓고 있어요.

농사일이 없는 겨울철, 가장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럼에도 실수투성이.

그나마 메모를 보면서 자잘한 기억을 보충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되어요.



SE-6eee3fb6-c12a-47dc-abbc-94f6037e7c65.jpg?type=w773 소나무와 하늘☆


일요시.

자작시를 짓다가도 뭔가 빠진 게 있구나 싶어 처음부터 훑어 읽어보았어요.

아뿔사!

글쓰는 내 몫을 그만 쏙 빼놓고 시를 짓고 있었던 거예요.

딱 이솝우화 『돼지들의 소풍』과 같은 모습으로요.

허둥지둥 정신줄을 붙들고 시를 다듬어야 했어요.


나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글쓰기를 하는 지도 모르겠어요.

아니면 숨은 나를 찾기위해 글을 쓰거나요.

가장 가까이에 있어 그만큼 내 눈에 띄지 않는 나.

나는 나를 가장 잘 알면서도 동시에 전혀 모르기도 하거든요.

가까운 듯 먼 사람, 바로 나 자신이고요.

글쓰기의 오묘한 힘으로 평생 만나지 못했던 내 모습을 조금씩 만나고 있어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스스로도 모르고 있어요.

다만 그 모든 새로운 변화를 반가워하며 맞이할 것만을 알고 있을 뿐이에요.


진심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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