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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갈이,거짓말의 거짓말

금일기

by 심풀

2월 28일 금요일이에요.

갑작스레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니 기쁘면서도 당황스럽네요.

겨울철, 난방이야기를 하려 해요.

1층은 화목보일러를 쓰고 있어요.

목재 펠릿을 태워 실내 난방을 하는 것이지요.

지난번에 황당한 일을 당했어요.

그 일로 다가올 겨울엔 거래하던 목재 펠릿 구입처를 바꾸려 해요.

매년 11월 즈음에 겨울난방을 대비하여 20킬로그램 목재 펠릿을 구매하곤 하였어요.

한데 유독 지난번 배달된 목재 펠릿 상태가 상상이하였어요.

바로 아래 사진처럼요.

투명한 비닐봉지처럼 얄팍하기 짝이 없는 포장재질부터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던 제품이었어요.

매년 전화로 주문하고 트럭으로 물건을 받아 써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SE-9272da4f-07d2-451c-91ce-159f259c5b04.jpg?type=w773 포장상태부터 불량한 목재 펠릿



펠릿 푸대를 나르는 배달기사 두 분 몫의 커피를 들고 나왔지만 쓴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아니, 저렇게 포장되어 있으면 금방 쏟아져 내릴 수 있는데, 어찌된 일이에욧?"


이미 거래가 된 것이라 퇴짜를 놓을 수도 없었지만요.


(속으론 아예 거래취소를 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였어요)


트럭에 잔뜩 실린 펠릿푸대를 연신 나르는 배달 기사도 이미 수년째라 눈에 익은 분이셨고요.


"아! 예, 이게 수입산 목재라서 원래 수입할때 커다랗게 실려 오면 나눠서 포장하는 거예요."


들으니 마나 뻔한 소리를 들어야 했어요.



당연히 보는 사람마다 시원찮은 펠릿 포대를 보고 한마디씩 하였어요.


남편이 주로 힘쓰는 일을 하는 터라, 포장상태부터 못마땅한지 첫날부터 눈쌀을 찌푸렸고요.


"펠릿푸대가 정말 엉성하고 허술하네요."


보일러 실로 펠릿푸대를 나르는 남편의 볼멘소리를 그 후로도 실컷 들어야 했어요.


한술 더떠서 남편은 20킬로그램 한포대가 아니라 5킬로그램씩 덜 찬 포대의 무게를 알아챘어요.


"기존것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가벼워요."


꼼꼼한 남편이 결국 포대의 무게를 재보고 확인한 사실이에요.


가격은 같되 중량을 확 줄여 팔면서 포대갈이를 급히 한 업체와 거래를 했단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백여포대 넘게 주문하던 예년과 달리 50포대만 주문하였어요.


물량을 확 줄여 주문했던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었어요.


이젠 그마저도 다시 거래할 일 없을 듯 하고요.



포장지를 바꾸고 중량을 속여서 얼마나 잇속을 챙겼는 지 모르겠지만 검은 속내를 빤히 보이는 상술에 어처구니가 없네요.


단 한번으로 이미 충분한 경험, 뒷맛이 씁쓸한 포대갈이 체험이었어요.


장사꾼의 저울은 믿을 수 없다는 불신만 잔뜩 남겨놓았고요.


물건을 받았을 때 애초에 저울에 무게를 달아보지 않았다는 뒤늦은 후회도 하였어요.


포장상태가 불만스러운 것에 눈길이 팔려 무게까지 덜 나갈 줄은 까맣게 몰랐거든요.



기본을 지키지 않고 이익에만 눈이 먼 상술.


선량한 소비자를 우롱하는 포대갈이 상품을 파는 업체가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겪어 알게 되었어요.


뉴스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일인가 하였던 것은 순진한 착각이었어요.


이번 일로 상품에 대한 꼼꼼한 검수가 꼭 필요한 것도 뼈아프게 배웠어요.


어느 것이고 묵직한 상품은 아예 무게를 달아볼 엄두를 여태껏 내지 않았으니까.


자꾸만 세상을 의심하게 만드는 불쾌한 경험이 쌓이는 것 자체가 우리안에 불신의 씨앗을 심는 일이지요.


하여 처음인 동시에 마지막 포대갈이 체험으로 끝나길 바라고 있어요.


진심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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