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편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태극기를 가슴에 품는 날, 삼일절이에요.
봄과 함께 역사의 아픔을 잊을 수 없는 날이기도 하고요.
마을이장님의 태극기를 게양을 독려하는 마을방송이 쩌렁쩌렁 울려퍼지네요.
아침마다 텃밭에 하얗게 서리가 쏟아져 내리고 있어요.
아직 노지에 파종을 시작하기엔 이른 계절이고요.
비닐하우스에선 서둘러 봄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해요.
아이들은 이맘때 개학이나 입학시즌을 맞이 하곤 하지요.
새로운 학년이나 반편성을 하니 서먹서먹한 가운데 봄 학기를 맞지요.
막내아이도 3월 4일부터 개학예정이라 새벽밥을 지어야 할 시간이 돌아오고 있어요.
겨울이 한가하여 여유로운 계절이었다면 봄은 무엇이든 시작하는 풋풋한 계절이라 그 역시 반가운 시간이에요.
겨울철 내내 비워놓았던 휑하기만 하던 논과 밭에 거무튀튀한 밑거름을 잔뜩 뿌리고 알찬 씨앗을 심어야 하는 봄.
따스하게 불어오는 봄바람의 장단에 맞춰 몸과 마음이 함께 바빠질 수밖에 없거든요.
말라붙은 삭정이만 뒹구르는 메마른 밭 귀퉁이에서 작고 귀여운 새싹이 움트는 순간을 상상할 수 있을까.
우리의 눈은 보이는 것 너머를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지요.
하여 먼지까지 날릴 듯한 황량한 들판을 바라보면서도 언젠가 보았던 여린 새싹들이 솟아오르던 푸른 시간을 기억에서 끄집어 낼 수 있고요.
아직 피어나지 않은 봄꽃들.
개나리와 벚꽃, 그리고 수줍고 보드라운 진달래꽃을 불러 낼 수 있어요.
참, 은은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보라빛 라일락 향기도 빼놓을 수 없지요.
꽃놀이로 몸살을 앓을 지라도 제 때 즐겨야 할 아름다움은 따로 있으니까.
겨울철, 소나무를 가장 많이 올려다보았어요.
대개 소나무들은 키가 커서 허리를 뒤로 휘여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지요.
그러다보면 하늘까지 한데 어울려 한눈에 담기 마련이고요.
나무를 보려다 그 덕택으로 하늘까지 덤으로 만나는 행운을 누리기도 하고요.
이번 겨울,핸드폰 사진으로 겨울철 제일 많이 찍은 사진은 눈과 소나무 사진이에요.
세상을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소나무와 밤이면 찾아와 새하얀 세상을 선물해주던 눈이었지요.
사진가뭄이 들 정도로 찍을 게 없던 겨울.
눈이 내리기만 하면 확연히 달라지는 세상에 손끝이 시려운 줄 모르고 눈 사진을 많이도 찍었네요.
앞으로 3월에도 기상이변으로 눈이 갑작스레 올 수 있지만 그럼에도 봄은 봄.
등뒤에서 살그머니 다가오는 봄을 반기는 마음을 글로 담아 보아요.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5 퍼센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