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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첫날, 삶을 예찬하며

토편지

by 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에휴,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또 어떻게 지낼까 싶어요."

어디선가 들었던 육십대 외로운 어르신의 넋두리가 떠올라요.

짧은 컷트머리에 오동통한 몸매, 평범하기 그지 없어 보이는 그 어르신은 왜그리 삶에 물기와 탄력을 모두 놓고 살고 계실까.


글쓰기 세상에선 쉬이 만날 수 있는 삶에 대한 온갖 긍정과 감사함으로 빛나는 명언들이 있어요.

그 모든 문구들이 무색하게도 오늘도 삶의 한 귀퉁이에선 어제와 같은 오늘이 징글징글해서 그저 아득하기만 한 이들도 분명히 있어요.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도 흘러가는 한 마디가 가슴으로 직진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 순간,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그 어르신을 눈여겨볼 정도였으니까요.


보행보조기 없이는 한발을 떼기도 어려운 아픈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두발로 걸어가는 게 얼마나 기쁨에 겨운 일인지 금방 깨달을 수 있어요.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은 어제와 다르고 오늘 잠자리에서 일어난 우리는 어제와 다른 사람이잖아요.

하루만큼 깊어져가는 우리의 모습을 단순히 늙어가는 것일뿐이라고 단정짓기엔 뭔가모를 아쉬움이 크고요.



SE-9fd74f0c-6f14-49ce-b060-1eb3098dd7d0.jpg?type=w773 철망을 뚫고 나오듯이☆


나무의 나이테처럼 자신을 키워가는 삶.

나를 키우는 사람도 바로 나 자신이요, 마찬가지 이유로 나를 죽이는 사람도 스스로인 듯 해요.

기나긴 노년을 맞이하여 한숨만 하염없이 쉬는 모습이라니.

이름을 대면 알아볼 정도로 꼭 유명하거나 전문적인 능력이 있어야 자신의 노년을 멋들어지게 보란듯이 살아내는 것은 아니지요.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팔순이 아니라 백세를 바라보면서 건강하게 농사를 짓는 어르신들이 수두룩해요.

시간이 흘러갈 수록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그리게 되어요.

하여 건강하게 늙어가면 그뿐, 남보기 좋을 것 까지 바랄 이유가 없고요.



올듯 말듯 그리 몸을 사리던 봄이 성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지요.

여리디 여린 모종을 겨우내 비워둔 밭에 옮겨심을 시간을 재고 있어요.

아침에 서리가 하얗게 내리는 통에 냉큼 내어놓지 못하고 있고요.

사람은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보람을 찾는 존재.

젊으면 젊은 대로 세상속에서, 늙으면 늙은대로 자신의 삶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몸과 마음을 다해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누구도 영원히 젊지 않으며 늙어가는 것은 순리이므로.


단 한번 뿐인 오늘, 날마다 첫날이에요.

무엇으로 채워나갈 지 삶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고요.

대단하고 거창한 일을 당장 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굳이 따져 물을 필요조차 없는 일이에요.

삶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겐 넋두리할 시간이 없을 테니까요.

빛나는 성과는 그에겐 그저 과정, 꿈꾸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에요.

속절없이 흘러가는 삶을 탓하고 후회로 멍든 가슴을 쥐여뜯어봐야 소용없는 일이고요.

하여 다가온 지금, 여유로운 토요일을 기쁘게 웃으며 생생하게 살아가 보아요.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5 퍼센트 올림.



envelope-7076001_640.png 다른 듯 같은 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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