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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뭘 뭘』 자작시를 올려요

일요시

by 심풀

누렁이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드물어요.

그 이유는 짖어야 할 필요가 없으니 더욱 그러하겠지요.

어느날, 새벽 우렁찬 누렁이의 목소리를 우연히 들었어요.

깊고 부드러운 저음이 낮게 깔리는 어른스런 목청을 가진 누렁이였다는 것을 실감하던 순간이었어요.

들은대로 누렁이의 말을 글로 옮겨보려니 새로운 글자가 떠올랐어요.

흔히 듣던 '멍멍멍'이나 '왈왈왈'은 분명코 아니었거든요.

그럼 어떻게 글자로 표현해야 할까 망설이다가 겨우 가장 가까운 낱말을 찾아냈어요.

아래의 자작시 제목인 '뭘뭘뭘'

누렁이가 무엇을 보고 짖어대는 지 알 수도 없었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그보다 더 어울리는 말은 없을 듯 했고요.


KakaoTalk_20250308_111214911.jpg?type=w773 오퍼센트, 자작 시 『뭘 뭘 뭘』 ☆


좀처럼 들리지 않던 누렁이의 목소리로 지나간 수많은 누렁이들의 말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지요.

꼬맹이 때부터 보았던 수많은 강아지 이름은 하나.

메리 아니면 누렁이였어요.

주로 시골 잡종견, 누런 몸피에 누렁이다운 강아지들이 다른 듯 같은 모습으로 오고갔어요.

지난해 키우던 누렁이는 고추를 따던 한여름, 엄마의 손아래 동생인 아저씨댁으로 정처없이 떠나가기도 하였어요.

물론 그 모든 결정은 엄마의 몫인지라 좋고 싫음을 말할 수도 없었고요.

그저 누렁이를 데리러 온 친척 아저씨를 뵙고 인사를 나누자 마자 도망치듯 고추밭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네요.

아무것도 모르고 여느 날처럼 꼬리를 마구 흔들어 대는 누렁이를 보면서 괜히 울적하고 미안한 마음을 어쩔 수 없었어요.

집에 있으면서 누렁이가 멀어져 가는 모습을 멍하니 볼 자신도 없었어요.

차라리 붉은 고추밭에 쪼그리고 앉아 일하면서 누렁이의 가는 모습을 보지 않는 게 훨씬 마음이 편하였으니까요.

남편조차 없이 혼자 동그마니 고추밭고랑에 앉아 누렁이와의 이별의 시간을 외면하면서 흘러보냈어요.

도무지 셈할 수 없는 누렁이와의 만남과 이별.

모든 누렁이는 하나같이 순하여 분명히 서로 다르지만 판에 박힌 듯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어요.

지금 곁에 있는 한지붕 아래 누렁이의 말을 헤아려 들어보아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뭘?

그렇게 묻고 싶은 마음을 그대로 시에 옮겨놓았어요.

뭘...

누렁이는 수많은 말을 이미 했는 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우리의 귀로는 누렁이의 천개의 말을 아무래도 헤아릴 수 없어요.

뭘.

하여 끝자락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마침표로 찍으며 시를 끝맺어 보았고요.

진심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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