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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제각기 찾아오고

토일기

by 심풀

멀리 있지만 항상 곁을 지키는 그대에게,


사람들의 옷차림도 재미난 구경거리 중 하나에요.

계절이 봄으로 바뀌었것만 어르신들은 여전히 초겨울 경량 패딩 옷을 즐겨 입고, 젊은이들은 얇은 봄옷으로 새 단장을 하였네요.

그뿐만아니라 어르신들은 속에 겹겹이 내복을 살뜰히 챙겨 입으셨겠지요.

나이가 들면 피부가 얇아지니 추위에 더 취약하여 그런지 어르신의 겨울은 갈수록 길어지는 모양이에요.


봄 추위도 제각각 느끼는 지라 정답이 없는 노릇이지요.

36.5도

우리 몸의 체온은 똑같은 줄 알지만 사실 다를지도 모르겠구나 싶어요.

무슨 까닭인지 몰라도 같은 곳에 있어도 다르게 느끼는 우리의 몸이니까요.


여태 옷걸이에 무겁게 걸려있는 겨울옷 서너벌도 한꺼번에 정리해야할 토요일, 오늘이에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엄마들의 마음은 가족들의 숫자만큼 바쁠 수 밖에 없지요.

남편과 아이는 다른 듯 같은 무게로 끝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집안일을 물어다 주니까요.


아침마다 여지없이 떨어져 내리던 서릿발도 하루이틀 새 자취를 감추어 버렸으니 완연한 봄이 제대로 찾아온 것을 실감해요.

오후엔 가벼워진 외투마저도 벗어놓고 싶을 정도로 따스한 오후 햇살을 맞이할 수 있고요.

비록 봄철, 황사와 미세먼지가 공기의 질을 탁하게 만들고 있지만 그역시 매년 연례행사로 여기니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


KakaoTalk_20250314_071750571.jpg?type=w773 아름다운 장미처럼 오늘을☆


마스크 없이는 식당, 커피숍도 드나들 수 없었던 지난 코로나 시절에 비하면 얼마나 살기 좋은가 하면서요.

참으로 야단법석인 세상을 지나왔구나싶어요.

마스크 대란에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아귀다툼을 하던 시간이 어느새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졌고요.

오늘의 황사나 미세먼지는 그에 비하면 귀여운 장난같은 놀음이에요.

호흡기 건강을 위해 각자 마스크를 착용하는 정도에 불과한 요즘이 얼마나 감사한 나날인지 새삼 느낄 수 있어요.

불안과 공포로 집어들던 마스크 곁을 떠나온 것만으로도 가볍고 가벼운 마음이 들고요.


고요한 아침, 너른 마당에 서서 따스한 햇살 한자락을 등에 업고 가만히 눈을 감아 보아요.

'햇살이 얼마나 고운가'

가장 여린 손길로 등을 어루만져주는 손길이 한없이 부드러워요.

더하여 봄바람은 겨울바람과 달리 찬 기운을 뺀 요란한 기색으로 달려오곤 해요.

긴 치맛자락을 낚아챌 정도로 돌연 나타나 휘감아버리는 봄날의 훈풍을 달게 맞이하고요.


겨울철 추위에 언 손으로 빤히 바라보던 앞산이 봄이 찾아온 이래로 흐릿하게만 서 있어요.

멀고 가까운 것도 마음의 장난인가봐요.

산은 변하지 않고 가만 가만히 있는데 우리의 마음은 출렁이는 물결처럼 한시도 조용하지 않지요.


몸과 마음이 가벼운 토요일.

출근하지 않으니 벌써 눈뜨기가 개운한 우리들이고요.

3월 중순으로 달려가는 이 시간, 묵은 마음의 찌꺼기를 모두 탈탈 털어버리고 가뿐한 하루를 맞길 바래요.

진심에 진심으로.



다음 주 토요일, 제 편지를 오늘처럼 기다려 주실 테지요.


나와 그대의 5 퍼센트 올림.


envelope-7076001_640.png 다른 듯 같은 그대와 나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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