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무모한 카페 창업기

일상에 대한 소회

by hesed by


# 레드오션에 뛰어들다!


아내가 일 년 전쯤 카페를 오픈했다. 요즘은 너무나 세련되고 멋진 카페들이 많아지고, 나름 특성화된 개성 있는 카페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느 조사기관의 자료를 살펴보니 한국은 성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이 하루 한잔보다 조금 더 많은 367잔으로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를 만큼 커피를 좋아하는 나라라고 한다.


사실 카페가 늘어나는 데는 한국인이 커피를 좋아한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씁쓸한 이유도 있다. 한국의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인구집중 현상을 그 이유로 꼽는 사회학자들이 많은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쉽게 납득이 가는 이유다. 도시화와 인구집중이 부동산 인플레 현상을 일으키다 보니 사람들은 따닥따닥 붙어살게 되었다. 집도 좁고 사무실도 좁고 마땅히 갈 곳도 없으니 편안히 쉴만한 나만의 공간을 찾고 싶어 하는 욕구가 커져만 갔고 그것이 카페 수의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잘 간파한 회사가 스타벅스인데, 스타벅스를 만든 하워드 슐츠 회장은 '제3의 공간'을 창조했다고 그의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어찌 되었든 나의 아내는 흔히 말하는 '레드 오션'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물론 레드 오션 시장에서도 나름의 전략을 잘 가져가면 성공하는 케이스도 많다. 그러나 아내는 그다지 전략적인 성향의 사람이 아니었기에, 내 마음속에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슬며시 자리 잡기 시작했다.



# 무모한 도전?


아내가 창업한 카페는 사실 일반적인 카페는 아니다. 아내는 상가 이층에 임대로 들어와 있는 작은 교회에서 사역자로 일하고 있는데, 교회 공간이 주중에는 비어 있어 활용성이 떨어지다 보니 카페로 활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실 처음에 이런 계획을 아내로부터 들었을 때에는 그냥 지역사회를 위한 자원봉사 차원의 평범한 교회 구석의 카페를 떠올렸다. 교회 공간이 카페로 사용하기에는 어딘가 애매해 보였고, 이층이라는 공간적 위치 때문에 월세가 저렴하다는 것 빼고는 장사에도 불리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뭐 좋아서 한다는데 막기도 뭐 하고 행여나 하다가 힘들면 그만두겠지 하는 생각으로 가벼이 여기며 동의를 해버렸다.


그런데 아내는 일을 좀 크게 벌리기 시작했다. 교회와의 협의를 통해 월세를 절반씩 나누어 내기로 하고 정식 사업자도 등록하고 인테리어도 그럴싸하게 바꾸기 시작했다. 지금 교회가 들어와 있는 장소는 이전에 기독교 서점으로 사용하던 공간이라 기존에도 책도 많고 뭔가 북카페 같은 분위기를 지니고 있긴 했지만, 온전한 카페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내는 사부작사부작 이것저것 고치며 대부분 홀로 인테리어를 해 나가더니 꽤나 세련되면서도 정감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버렸다.


문제는 돈이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소소한 인테리어와 커피 머신 기구 등을 구입하는 초기 비용이 지출되었는데, 작은 교회에서 재정적 지원이 나올리는 만무했고 개인적인 돈이 투입되기 시작했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크다고 할 수도 있는 비용이었지만, 나는 아내에게 뭔가 더 깊은 생각이 있겠지 하고 응원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아내의 마음속에 있는 계획과 생각들은 사려 깊다 못해 다소 당황스러운 것들이었다. 일반적으로 창업을 하는 이들의 목표는 '이윤추구'이다. 일반적으로는 창업 초기에 들어간 비용을 최대한 빨리 회수하고 적정 이윤을 남겨서 사업이 안정되게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 1차 적인 목표요,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가게가 번창하여 2호점 3호점으로 분사하고 프랜차이즈까지 나아가는 꿈을 꾸며 창업을 감행한다.


그런데 아내의 목표는 '나눔과 연결'이었다. 이 무슨 이상적인 목표인가? 아내에게 재정적인 목표는 단지 정해진 월세 비율을 감당하며 아르바이트생에게 아르바이트비를 지급할 수 있을 정도의 이윤추구였다. 심지어 자신의 인건비 마저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감당해 나가겠다는 다소 허황된 목표였다.


나의 불안은 더욱 커져갔고 그렇게 장사할 바에야, 몸 버리고 시간 버리고 왜 창업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뭐 하다가 현실에 부딪치면 이상을 포기하겠지' 하는 마음에 나는 헛웃음을 지어 보였다.



# 이윤이냐 나눔이냐


아내의 장사 원칙은 단순했다. 발품을 팔아 좋은 재료를 최대한 싸게 공급받고, 기본적인 카페의 전통 메뉴들에 그치지 않고 열정과 성실을 다해 개발한 메뉴들로 손님들에게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만족할 만한 맛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장사의 정석과도 같은 원칙이었지만,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었다. 바로 '적정 이윤'이었는데, 대규모 공급망을 이용할 수 없는 소상공인이 좋은 재료를 싸게 공급받기도 어려운 데다, 제품의 맛과 품질을 높이는 데는 그만큼의 인건비와 재료비가 더 투입되기 마련이고, 최대한 저렴한 가격이란 때론 적정 마진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는 꿋꿋이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비록 남는 이윤은 적었지만 타고난 눈썰미를 바탕으로 발품을 팔아 좋은 재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공급처들을 찾아내기 시작했고, 맛과 디테일을 감지하는 타고난 재능 덕에 놀라운 정도로 다양한 메뉴를 수준 높은 맛과 보기로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꽤나 저렴한 가격에 메뉴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주변 지인들은 메뉴 가격을 더 올려도 된다고 성화였지만 아내는 계속하여 그 가격대를 유지했다. 당연히 만족할 만한 이윤을 남길 수는 없었다.



# 욕망을 넘어선 나눔의 정


사실 카페가 위치한 동네는 그리 살림살이가 넉넉한 곳이 아니다. 서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오래된 동네였고 편안히 책 한 권 읽을 곳이 마땅치 않은 청소년들이나 쉴 곳을 찾지 못하는 노인분들도 많았다. 아마도 추측컨대 아내의 마음속에는 빽빽하고 숨 막히는 도시 속에서 삶에 지쳐가는 이들에게 쉴 만한 공간을 내어 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따뜻하고 맛있는 커피와 차를 보기 좋은 잔에 담아내며 평상시 커피값이 무서워 조그만 호사조차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마음으로부터 위로해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카페는 지금도 간신히 월세를 감당하며 아르바이트비를 지급하는 정도의 매출과 이윤에 그치고 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단골이 늘어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내의 바람대로 변화되어 가고 있다. 때로는 늘상 따라다니는 돈 걱정 때문에 제대로 된 카페 한번 맘 편히 가본 적 없는 노부부가 방문하여 저렴하지만 그윽하고 깊은 커피 향기에 취해 두런두런 지나온 삶을 나누다 가기고 하고, 때로는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이 학원을 오가는 길에 잠시 들러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제 어느덧 일 년여를 버텨온 카페는 비록 요란한 장식 하나 없지만 정성을 다해 꾸며 놓은 정감 어린 분위기에 방문하는 이들마다 위로와 편안함을 느끼는 듯했고, 이윤의 욕망이 아닌 나눔의 정을 녹여 넣은 커피와 음료들은 오는 이들에게 단순한 음료가 아닌 위로를 마시게 해주는 듯했다. 앞으로 어려움이 없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아내가 시작한 약간은 이상한 카페는 날로 온기와 희망을 더해가고 있다.



# 나눔은 부자들만 하는 것은 아니다


흔히들 장사를 한다는 말은 일종의 상업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협의적 의미에서는 Business (사업, 장사)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데, Business는 'busy' (형용사 : 바쁜, 활동적인)에 'ness'(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상태, 성질)이 더해져, 원래는 단순히 '바쁜 상태'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의미로 쓰였다. 뭐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게 일반적이니 틀린 말도 아닌 듯싶다.


그리고 광의적 의미에서는 'Commerce'(상업, 무역, 거래)라는 단어가 주로 사용되는데, 어원은 라틴어에서 왔으며, 'com'(함께, 같이)와 'merx' (상품, 물건)이 결합된 의미이다. 본질적으로 사람들이 상품을 '함께'(서로) 교환하고 사고파는 행위를 의미한다. 비록 현대에는 단순한 교환의 의미를 넘어서, 경제적인 원리에 의해 사고파는 것에 이윤이라는 복잡한 함수가 포함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함께"라는 의미가 녹아 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라는 용어가 많이 회자되긴 하지만, 뭐 그런 거창한 전문용어를 차치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그렇듯이 장사도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고자 하면 결코 답이 없다. 아무리 장사 수완이 좋고 돈을 잘 벌어도 누군가는 공급해 주고 누군가는 사주는 사람이 있어 서로 간의 신뢰가 형성되어야 하고, 발생되는 잉여 이익은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어려운 이웃에게도 향해야 한다. 나눔의 가치를 상실한 사회는 장담컨대 그리 살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와 아내는 결코 돈이 넘쳐나는 부자는 아니다. 다른 보통의 사람들과 다름없이 경제적으로 항상 빠듯한 삶을 이어나간다. 물론 사람 욕심이야 끝이 없어서, 아내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나는 아직도 이윤이 좀 더 발생했으면 하는 욕심이 조금은 남아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나는 아직 직장을 잘 다니고 있고, 아내도 능력이 되기에 비록 부자는 아니지만 조금씩 나누며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자영업자가 우리와 같이 나눔의 행운을 누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다 보니, 월세 내기 벅차고 얼마 남지 않는 이윤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버거운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러나 인생이 항상 밑바닥만 긁는 경우는 많지 않다. 혹여나 장사가 잘 되어서 인생의 상승곡선을 달리며 적정 이윤을 넘어선다면 나눔을 우선 생각해 보자. 사실 '축적보다는 나눔을 우선시한다는 것'은 인간 본연의 탐욕을 거스르는 일이기에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치 있는 인생을 위해서는 한 번쯤 도전해 볼만한 목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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