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소회
젊은 시절 누군가가 유재하의 곡이 싫다고 했다. 아니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유재하의 노래는 왠지 듣는 이를 가라앉게 만든다고 말했다. 일면 맞는 말이기도 했지만, 누군가의 그 자신 없는 반론은 유재하의 곡에 담긴 젊은 날의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불안하기만 한 삶의 진실을 마주하기 두렵다는 고백으로만 들려왔다. 하지만 그 이후로 어쩐 일인지, 나 또한 유재하의 곡들을 나의 플레이리스트 어딘가 깊은 곳에 저장한 채로 잘 들여다보지 않게 되었다.
오래 세월이 지나 나의 젊은 날들을 다 소비했을 즈음이 돼서야, 유재하의 곡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고뇌와 진심이 담긴 곡의 힘 덕분인지, 이따금 지친 일상에 온 마음이 깊은 심연의 그리움 속으로 가라 않을 때면, 유재하의 곡은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아주 가끔이었지만, 유재하의 멜로디와 가사들은 나의 깊은 곳 어딘가에서 눈물을 흘리게도 했고 때론 오히려 닦아주기도 하며 동맥경화처럼 꽉 막혔던 나의 감정의 순환을 되살리곤 했다. 마치 한 소절 한 소절 흑백영화 필름을 돌리듯 그 시절의 추억과 그리움이 떠올랐다.
이후 유재하가 남긴 음악들과의 만남은 마치 소중해서 곁에 두지 못하는 사랑하는 연인처럼 아주 가끔 이어져 왔다. 사실 그래서 더 소중하고 애틋한 면도 있다.
요즘은 부쩍 음악 한 소절에 인생의 아픔을 한 움큼씩 삼켜대던 그 시절이 사뭇 그립다. 한곡 한 곡을 소중히 테이프에 담아 꺼끌꺼끌한 잡음과 함께 귓가를 통해 마음으로 전달하던 그때가 사뭇 그립다. 시대가 흘러 이제는 음악도 많이 변했지만, 역시나 누군가에겐 그 시절의 음악이 어울리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한번 슬쩍 눌러본다. 유재하의 재생버튼.
1. 지난날
2. 그대 내 품에
3. 가리워진 길
4. 사랑하기 때문에
5.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6. 텅빈 오늘밤
7. 우울한 편지
8. 우리들의 사랑
5. Minu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