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핫 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
이 무슨 이상한 소리인가 하겠지만, 사실 일본에서 10부작으로 방영한 시리즈 영화의 제목이다. 영화의 장르가 다소 혼란스러운데, SF 소재이지만 코미디이기도 하고 힐링 드라마이기도 하다. 외계인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일상에 녹여내, 잔잔한 웃음과 소소한 감동을 주는 수작이다.
영화의 개략은 이렇다. 이야기는 일본 야마나시현, 후지산 기슭의 조용한 온천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여주인공인 '엔도 키요미'(극 중 이름)는 마을의 한적한 비즈니스호텔에서 프런트 직원으로 일하는 싱글맘으로서, 중학생 딸을 홀로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성실하고 호기심 많은 인물로 등장한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인 '타카하시 코오스케'(극 중 이름) 키요미의 직장 동료이자 사실은 외계인인 인물이다. 외계인인 아버지와 지구인인 어머니 사이에 혼혈로 태어나, 외모는 영락없는 사십 대 아저씨의 모습이지만, 인간의 능력, 예를 들어 청각이나 후각과 같은 감각적 능력이나, 달리기와 높이뛰기 같은 신체적 능력 그리고 심지어 지적 능력도 극대화할 수 있는 특별한 힘을 지녔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에게는 웃음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심각한 결점이 있는데, 능력을 심하게 사용하면 예상외의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육체적인 힘을 사용하면 반드시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어야 하고, 뇌를 강화시켜 지적 능력을 사용하면 탈모현상이 증대된다. 참고로 그는 대학 입학시험에서 지적 능력을 강화시키는 부정을 저질러 의대에 입학하기도 했으나, 지속된 탈모로 인하여 의대 공부를 포기해야 했던 웃픈 사실을 키요미에게 살며시 고백하며 사죄하기도 한다.
다시 이야기의 본론으로 돌아가, 여주인공 '키요미'는 어느 날 퇴근길에 트럭과 부딪힐 뻔한 사고를 겪지만, '타카하시'의 외계 능력 덕분에 말 그대로 ‘번개처럼’ 구출된다. 이후 타카하시는 키요미의 의심이 계속되자, “사실 나는 외계인이야”라는 충격적인 고백과 함께, 키요미에게 자신의 정체를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한다.
사실 이 영화는 화려한 영상을 자랑하는 첨단 SF를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외계인 소재 영화이다. 앞서 말했듯이, 외계인으로 등장하는 '타카하시'도 지구인 어머니와 혼혈인 탓에 외모는 지극히 평범하고 머리숱도 적은 사십 대 아저씨다. 게다가 성격은 조금 쪼잔하고 융통성이 없기도 하지만, 정에 약하고 주변의 부탁을 거절 못 하는 마음 약한 소심남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영화에 다양한 색깔과 재미를 더하는 키요미의 친구들이 등장하는데, 이들 역시 호기심 많은 소시민들이다. 무엇보다 시종일관 등장하는 후지산을 배경으로 하는 시골 호텔과 거리의 풍경은 SF의 화려한 영상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지만, 차분하고 정감 어린 인상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푸근해지도록 만든다.
코믹적인 요소도 만만치 않은데, 외계인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타카하시'는 10엔 동전을 손가락으로 접는다거나, 뛰어난 후각으로 물건을 찾거나 택시강도를 믿을 수 없는 빠른 속도로 뛰어가 잡는 등, SF적인 능력을 주변 사람들의 일상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과도한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온몸이 간지럽거나 열이 나거나 머리카락이 빠지는 부작용을 호소하여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인간적인 힐링 요소도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다. 자신이 주목받는 것이 싫어 능력을 감추려는 '타카하시'는 '키요미'와 친구들의 집요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체육관 천정에 올라간 배구공을 꺼내 준다든가, 후각을 이용해 TV를 훔쳐 간 범인을 찾고, 호텔에 묵던 수험생이 깜빡 잊고 수험표를 놓고 가자 빛의 속도로 달려가 찾아오기도 한다. 항상 투덜거리며 소심하고 허술한 아저씨의 전형을 보여주는 인물이지만, 허술함 속에 풍겨 나오는 인간미가 보는 이를 미소 짓게 만든다. 키요미와 친구들도 이러한 타카하시의 모습에 친근감을 느끼고 이들은 한편이 되어 마을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며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진다.
따뜻한 일상과 판타지에 외계인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과장되지 않은 힐링 감성이 특징인 이 영화는, 키요미와 타카하시의 관계를 중심으로, 동료나 마을 사람들이 등장하며 잔잔하지만 의미 있는 에피소드가 연달아 이어지는데, 외계인 판타지를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소박한 일상과 따뜻한 감성을 중심에 둔 작품으로, 과하지 않은 유머 속의 따뜻함을 통하여 잔잔한 즐거움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