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위의 무법자

한 뼘 수필

by 한 뼘 수필

산책을 가는 길이었다.

바로 앞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우리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오는 거였다.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인도를 달리는 오토바이라니! 그것도 사람이 걸어가는데 버젓이 그 앞을 향해 속도도 줄이지 않았다.

피해야 하는데 너무 순간적이고 예상치 못한 일이라 "어어어" 하는 사이 오토바이는 남편 옆을 스치듯 아슬아슬하게 지나갔다.

나는 악, 놀라 내뱉었고 남편이 뭐얏! 하고 소리쳤다.

오토바이가 멈췄다.

젊은 남자가 내리더니 우리 쪽으로 씩씩거리면서 다가와 남편 코밑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왜 소리는 치고 난린데!"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지. 게다가 새파랗게 젊은이 아닌가.

아니다. 굳이 나이 같은 걸로 따지고 싶지는 않다.

나이가 많든 적든 사람이 마주 오는 인도 위에서 위협적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사람을 놀래켰으면 사과가 먼저 아닌가? 그래도 시원찮을 판에 도리어 반말을 지껄이며 큰소리다.

"인도로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사람이 오면 속도라도 줄여야지, 위험하게 그게 뭐야?"

남편 말에 젊은이가 더 버럭하며 고함을 질렀다.

"그래서 니가 다쳤냐? 안 다쳤으면 닥치고 가면 돼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글고 우리 사장이 여기로 다니라고 했는데 니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세상에는 너무 이상하고 상식 이하인 사람들이 많으니 웬만하면 모른 체 참으라고, 시비 붙어서 좋을 게 없다고 그런 주의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젊을 때는 나도 잘못된 것을 보면 각을 세우기도 했지만 나이 들면서 많이 둥글어졌다.

그러나 이건 정말 아닌 것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불뚝성이 있는 남편과 시비가 붙을까 걱정되었다.

그래서 내가 좋은 말로 말했다.

"인도 위를 오토바이로 다니라고 한 사람이 누구죠? 갑시다."

"그래, 가자."

젊은이가 기세등등하게 대답했다.

"가긴 어딜 가."

남편이 버럭거리고는 핸드폰을 꺼내더니 112를 눌렀다.

순간 무슨 오지랖일까. 그래도 앞날이 창창한 젊은인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얼른 남편을 저지했다.

"아휴, 신고는 하지마. 사장한테 말하면 되잖아."

"안 돼. 말리지 마. 신고할 거야."

남편이 벌게져서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젊은이가 존댓말을 쓰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잘못했어요. 제가 욱하는 성질이 있어서 그만... "

내가 젊은이한테 빨리 영업장이나 말하라고 했더니 우리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치킨이었다.

내가 얼른 달려갔다. 사장을 찾아 일의 전말을 말하고 물었다.

"대체 무슨 권리로 인도 위를 오토바이로 달리라고 하는 거죠? 아니, 이건 권리 문제도 아니죠. 사고날 수도 있다는 걸 번연히 알면서 그렇게 시키는게 말이 돼요?"

"사람 있을 때는 달리지 말라고 했는데..."

사장이 우물쭈물 얼버무렸다.

배달하다 바쁘거나 차가 막히면 인도로 달리라고 했겠지.

하지만 그러다가 사고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과연 사장이? 그럼 배달 알바생이?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상황이어도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은 있는 것 아닌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을 받고 돌아서는 마음이 씁쓰레했다.

일이 크게 번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그 애 하는 짓으로 봐서는 경찰도 안 무서워할 거 같은데 왜 갑자기 그렇게 꼬랑지를 내렸을까?"

내가 중얼거리니까 남편이 말했다.

"미성년자겠지."


< 에필로그 1 >

남자의 오토바이가 / 좁은 골목길

앞서가는 폐지 리어카 노인한테

너무 작고 말라서 / 잘 보이지도 않던 노인한테

미친 듯이 경적을 누르며 / 욕을 해 대는 남자를

사귄 적이 있었다

그 오토바이 뒤에 앉아서 / 남자의 허리를 껴안고

이 사랑이 영원하게 해 주세요 / 빌기나 했던

빌어먹을 시절이 있었다

빌어먹을!"

김경미 시인의 시 ‘그런 남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에서

"빌어먹을"이라는 말만 빌려와서 내 기분을 말한다.



< 에필로그 2 >

상황 중에 경찰에서 바로 전화가 왔다.

"112 신고가 바로 끊겼네요. 신변에 이상은 없습니까? 신고지로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그런 요지였다. 남편이 잘 무마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잠시 후 또 전화가 왔다.

"혹시 지금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까?"

정말 괜찮다고 여러 번 이야기하고서야 신고 아닌 신고가 마무리됐다.

재차 확인해준 경찰 때문에 기분이 확,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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