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 아닌 이야기_4
꼬물 자전거와 추억을 싣고
지난주 아들 하교 시간에 맞춰 분홍색 꼬물 자전거를 타고 나갔습니다.
웬 꼬물 자전거냐고요?
얼마 전 친정집에서 데리고 온 녀석입니다.
친정어머니가 타셨던 오래되고 낡은 자전거지만 추억이 담긴 자전거라 고물이 아니라 귀여운 꼬물 자전거로 붙여 봤습니다.
저는 장롱면허라 운전을 못해요.
그래서 항상 튼튼한 두 다리를 바퀴 삼아 다니지요.
근데 요즘은 초등학생 아들을 하교 시간에 맞춰 데리고 오고, 학원 보내주기까지 하려니 차가 없는 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더라고요.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친정집에서 분홍색 꼬물 자전거를 발견했죠. 인터넷에서 자전거 보조 안장을 구입해 자전거 뒷자리에 장착한 후 첫 라이딩을 나갔습니다,
자전거를 아무리 열심히 닦아도 세월의 때는 안 닦이더라고요.
자전거를 타고 아들 초등학교 앞에 갔는데 쪼금 창피한 거예요.
요즘 자전거도 전기 자전거가 나오고 번쩍번쩍한 멋진 자전거들이 많은데 제 자전거가 좀 초라해 보이더라고요.
어딜 자전거를 세워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저희 아들이 저를 발견하고 뛰어와서는 꼬물자전거를 보고는 엄청 좋아하는 거예요.
아들의 격한 반응에 기분이 한껏 좋아져서 날씨도 좋고, 학원 갈 시간도 남아서 동네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생각한 것보다 아들이 무척 좋아해서 원래는 동네 한 바퀴였는데 3바퀴는 더 돈 것 같아요.
아이 학원까지 데려다주고 집에 오면서 옛날 저 어릴 적 생각이 났어요. 그땐 집집마다 차가 많이 없어서 자전거 타고 많이 다녔죠.
저희 집에도 아버지 자전거가 있었는데 아버지 자전거 앞, 뒤로 보조 안장을 달아 동생과 저를 참 많이 태워주셨어요. 그때 기억이 참 좋았습니다.
어린 시절 저도 낡은 아버지 자전거를 창피하게 생각한 적 없었고, 아버지랑 동생이랑 뒷산에 놀러 다녔던 즐거운 추억들만 남아있어요.
저희 아들도 그런가 봐요.
제 눈엔 아들과의 추억보단 꼬물 자전거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순수한 아들 눈에는 꼬물 자전거 모습보단 저와 함께하는 시간을 먼저 생각해 준 것 같아요.
저도 어른이 돼서 마음에 때가 많이 묻었나 봐요.
꼬물 자전거의 겉모습만 보이고 말이죠.
자전거 때만 열심히 닦는 게 아니라 제 마음의 때도 열심히 닦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