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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과 방탕은 다르다

by 두별지기


충분히 방황하기 바랍니다.
하지만 여기서 '방황'은 방탕과 다릅니다.
그러니 절대 방탕은 하지 말고 방황하십시오.
'아름다운 방황' 말입니다.



제가 평생 가야 할 길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막 두드려 보았습니다. 그것은 방탕이 아니라 방황이었습니다. 여러분도 마음껏 방황하십시오.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매 순간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 단 한순간도 이것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겠다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악착같이 찾는 아름다운 방황을 하기 바랍니다.


그러한 방황의 끝에서 드디어 꿈의 끈을 잡으면 그것을 꽉 쥐고 앞만 보고 달리면 됩니다. 과학 하면 돈 못 번다던데, 고급 차 못 탄다던데 하는 사람은 고급 차 타는 학문을 하면 됩니다. 돈이 어디로 굴러가나 하는 것을 공부해서 돈 벌면 됩니다.


하지만 저는 돈이 나를 따라오는 것이지, 내가 돈을 좇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별로 부자는 아닙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이 의과대학에 지원했던 친구들을 얼마 전 동창회에서 만났습니다. 제가 좀 늦게 갔는데, 마침 의사들끼리 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습니다. 저를 부르기에 그쪽으로 가서 앉았는데, 그날 저녁 내내 화제가 모두 저처럼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쳤냐? 너네랑 바꾸게? 툭하면 한밤중에도 뛰어나가고, 거의 하루 종일 병원에 있어야 하고,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쓸 시간이 없어서 부인하고 아이들이 산나게 쓴다면서?"


돈 쓸 줄을 몰라서 기껏해야 학생들 점심 사주고 책 사 보는 게 전부지만, 그래도 저는 제가 번 돈은 제가 쓰고 삽니다. 돈을 벌려고 단 1분도 노력해 본 적 없지만, 한번도 굶은 적은 없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저절로 돈이 들어왔습니다.


이제껏 한 번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매일 같이 하면서 굶어 죽었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에 과감하게 뛰어드십시오. 뛰어들어서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능력에 따라서 빨리 이루는 사람이 있고, 저처럼 좀 오래 걸리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래 걸려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늘 행복합니다.



책 <최재천의 희망수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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