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그 눈보라가 치는 어느 추운 겨울날, 고개 마루를 넘어서 이웃 마을로 가고 있습니다. 저쪽 고개에서 넘어 오는 거지 하나를 만납니다. 곧장 얼어 죽을듯한 그런 모습입니다.
저대로 두면 얼어 죽겠는데~ 그래서 가던 발길을 멈추고 자기의 외투를 벗어줍니다. 자기 외투를 벗어주면 자기가 힘들 것이나 지금 안 벗어주면 저 사람이 금방 얼어 죽을 것만 같습니다. 엄청난 고민 끝에 외투를 벗어준 것인데 그 걸인은 당연한 듯이 받고는 그냥 가려는 겁니다.
그래서 이 스님이 기분이 나빠진 거예요. 나는 엄청난 고민을 하고 벗어준 것인데 저 사람은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구나 싶은 것이죠.
"여보시오.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는 해야 할 것 아니오?" 했더니 그 걸인이 하는 말이, "줬으면 그만이지. 뭘 칭찬을 되돌려받겠다는 것이요?"
그래서 그 스님이 무릎을 칩니다.
"아, 내가 아직 공부가 모자라는구나. 그렇지, 줬으면 그만인데 무슨 인사를 받으려 했는가. 오히려 내가 공덕을 쌓을 기회를 저 사람이 준 것이니 내가 저 사람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했어야지, 왜 내가 저 사람한테서 인사를 받으려 한 것이냐." 탄식을 하면서 그 고개를 넘어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봉사를 할 때, 어떤 마음으로 봉사를 할 것인가를 느끼게 해 줍니다. 요새 만 원 어치 봉사를 하면서 고아원 앞에서 사진을 찍고 백만원어치 피알(PR)을 한다든지, 그 봉사의 가치를 되받으려 한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고 봉사를 한다든지, 이런 봉사의 개념에서는 정말 맞지 않는 이 스님의 이야기를 우리는 떠올려 봐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책 <줬으면 그만이지_김주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