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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토스머프 Oct 23. 2021

교토 제일의 시설을 갖춘 목욕탕, 고코-유五香湯

일본에 사우나 붐을 일으키는 큰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 드라마 사도. 2021년에 시즌 2 성격으로 ‘사도2021’이 방송되었는데, 6화에 교토의 목욕탕 2곳이 소개되었다. 주인공인 나카짱이 오사카의 본가를 방문하여 건축가였던 아버지가 남긴 유품을 정리하다가 교토 목욕탕을 스케치한 노트를 발견하고는 이 노트를 가이드 삼아 교토의 목욕탕을 방문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교토 주요 도로와 목욕탕의 위치를 그려 놓은 페이지에는 후나오카온센船岡温泉, 니시키유錦湯, 타마노유玉の湯, 야나기유柳湯, 고코-유五香湯, 우메유梅湯 히노데유日の出湯의 이름이 보인다. 이 가운데 주인공이 방문한 곳이 고코-유와 우메유다. 


 아버지의 노트에는 고코-유의 전면이 전통가옥 양식으로 그려져 있는데, 지금은 커다란 맨션 건물로 바뀌어져 있다. 게다가 전면의 위쪽 구석에는 글자가 바뀌는 전광판이 달려 있어, 옛날과 전혀 다른 느낌이다. 현대적으로 개축을 한, 이 고코-유는 교토에서 최고의 시설을 갖춘 목욕탕이라고 할 수 있다. 목욕요금이 동네 목욕탕보다 2배 정도 더 비싼 슈퍼 센토 못지않은 훌륭한 시설과 규모를 갖추고 있다. 욕실이 아주 넓은 데, 라돈탕, 전기탕, 거품탕, 약탕, 밀키탕, 사우나 등이 2층까지 들어서 있다. 그리고 슈퍼 센토보다 규모는 작지만 맥주를 마시거나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작은 식당도 있다. 교토의 동네 목욕탕에서는 보기 힘든 목욕권 자판기가 입구에 놓여 있다.  



다양한 욕조가 있는 1

1층에는 한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찰만한 작은 욕조가 대여섯 개가 있다, 온탕, 열탕, 전기탕,  밀키탕, 약탕 등인데 극미세 기포가 발생하여 마치 우유를 넣은 것처럼 뽀오얗게 보이는 밀키탕과 매주 종류가 바뀌는 약탕은 미지근하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라 한 번 들어가면 나가기가 싫을 정도로 좋았다. 벽과 기둥은 타일로 되어 있는 데 중간중간에 새, 꽃, 나무 등을 표현한 부조타일이 포인트처럼 붙어 있어, 삭막하게 보일 욕실 풍경을 온화한 느낌으로 바꾸어준다. 



노천처럼 개방감이 좋은 2


온도가 다른 2종류의 사우나실과 냉탕, 라돈탕이 2층에 있다. 사우나실 바로 앞에는 냉탕이 있어서 사우나 후 바로 냉탕에 입수가 가능하다. 냉탕의 물은 지하수를 사용하여 매우 차다. 그래서 너무 좋다. 2층의 라돈탕이 있는 곳은 노천 같은 느낌을 준다. 천장 부분부터 벽면까지 창문이 많은데, 살짝 열린 창문으로 외부 바람이 드나들며 촉촉하게 젖은 몸을 기분 좋게 어루만져 준다. 그래서 2층의 휴식공간에 놓인 의자에서 외기욕을 할 수 있어 사우나를 더욱 충실하게 즐길 수 있다. 라돈탕은 제법 넓은데, 온도도 적당하다. 욕조 안에서 창 사이로 들어오는 따사한 햇살을 보며 멍하게 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목욕탕을 즐기는 외국인과의 경쟁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후나오카온센 이외에 교토의 동네 목욕탕에서 유럽계 외국인을 본 적이 없다. 고코-유에서 만난 이 외국인은 유학생인지 목욕 매너도 잘 알면서 목욕을 정말 즐기는 게 느껴졌다. 1층의 욕조를 한 번씩 들락거린 후(물론 전기탕은 빼고) 2층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는데, 이 친구를 2층의 사우나실, 냉탕, 라돈탕에서 계속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같은 외국인지만 내가 더 일본 목욕문화를 즐기는 것을 보여주겠어’라는 설명하기 힘든 경쟁심이 생겼다, 그래서 사우나실에서 누가 오래 견디나를 겨루는 혼자만의 시합을 했다. 이 친구가 나가기 전까지 더 이상 나올 땀이 없고, 코 끝과 귓불이 뜨거워져서 따갑게 느껴져도 사우나실을 지켰다. 이런 식으로 혼자서 이겼다며 생각하고 목욕탕을 나오는 데, 프런트 뒤쪽의 작은 식당에서 생맥주를 마시고 있는 그 외국인을 또 보았다. ‘너에게 졌다’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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