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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토스머프 Oct 19. 2021

나의 홈센토ホ-ム銭湯, 후나오카온센船岡温泉 2

일본에서 제일 처음 도입한 전기탕電気風呂


어느 목욕탕을 가든 모든 욕조에 몸을 담그려고 한다. 열탕의 온도계가 43이라는 숫자를 나타내더라도 일단 발부터 넣고 본다. 어깨까지 몸을 담그지 못하면 반신욕이라도 하고 나온다. 그러나 전기탕이라는 글자만 보이면 슬슬 피하며 다른 곳으로 간다. 몇 번을 도전해 보았지만 전기가 몸을 타고 찌릿하게 전해오면 깜짝 놀라 허둥지둥 욕조 밖으로 뛰쳐나왔다. 죽을 뻔했다며 


 이 전기탕이 후나오카온센에도 있다. 이 전기탕을 최초로 도입한 곳이 후나오카온센이라고 들었는데, 관련 자료를 보니 1933년 “정부의 허가”를 최초로 받아 전기탕을 도입한 것이다. 일본 SF소설의 시조라고 불리는 운노쥬-자海野 十三가 1928년에 ‘전기탕의 괴사사건電気風呂の怪死事件’ 이라는 소설을 발표하였다. 제목에도 전기탕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소설 초반에 “최근 대유행인 전기탕을 설치한 곳이니”라는 문장이 있는 걸로 보아 이미 1920년대에 전기탕을 도입한 목욕탕이 꽤 있었던 것 같다. 


 믿기 어렵지만 전기탕이 있는 목욕탕을 순례하고 ‘전기탕안내200電気風呂御案内200’이라는 책까지 낸 전기탕 마니아가 있다. 그림과 함께 전기탕의 원리와 즐기는 방법도 설명하고 있는데, 전기탕은 몸에 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전류를 욕조에 흐르게 하니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어릴 때 다녔던 목욕탕도 기억해 보면 전기탕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많았던 전기탕은 이제 보기 힘들다. 기회 될 때마다 전국 각지의 동네 목욕탕을 방문하는데 서울의 원삼당, 부산의 장수탕에서 전기탕을 만날 수 있었다.



사우나의 또 다른 주연냉탕이 돋보이는 곳


 후나오카온센의 사우나실은 한쪽은 욕실 내에 다른 한쪽은 실외에 있다. 실내에 있는 사우나실은 냉탕과 바로 마주 보고 있는데, 이 냉탕의 깊이와 넓이가 아주 절묘하다. 깊이는 1.2~3 정도로 차가운 물이 가슴 부근까지 찰랑거리며 닿는다. 욕조는 좁아서 한 명이 들어가 있으면 다른 이가 들어가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 사우나에서 냉탕의 온도도 중요하지만 이 깊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릎을 살짝 굽히면 차가운 물이 목까지 차오를 정도의 깊이가 딱 좋다. 


 실외에 있는 사우나실은 더 좋은 냉탕을 이웃하고 있다. 노천탕으로 가는 문을 열면 바로 왼쪽으로 사우나실이 있다. 거기서 땀을 빼고 나와 눈앞에 보이는 줄을 잡아당기면 냉수가 머리 위에서 폭포처럼 떨어진다. 그 냉수를 다 맞고 나면 암반욕조로 만든 냉탕으로 입수, 몸의 뜨거운 기운이 잘 빠져나가지 않으면 용의 조각상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폭포를 맞으면 된다. 물론 주위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잘 살핀 후. 그리고는 돌 난간에 앉아 인공으로 만든 동산을 바라보며 외기욕을 한다. 그리고는 다시 사우나실로.. 무한반복이다. 외기욕을 하다가 한기가 느껴지면 노천 온탕에 들어가면 된다. 후나오카온센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캔맥주 자판기와 병우유와 휴게실 


 커다란 TV를 앞에 두고 테이블 하나와 그 테이블을 ‘ㄷ’로 둘러싼 의자가 있는 작은 휴게실이 있다. 한 구석에는 캔맥주가 있는 자판기가 놓여 있다. 먼저 나온 사람들은 여기서 TV를 보거나 음료수를 마시며 일행을 기다린다. 대부분 남성이다. 여탕 쪽에서 ‘여보 이제 나가요~’,‘아빠 저희 나가요~’라는 말이 낮은 벽을 넘어 들려오면, 남탕 쪽에서 ‘알았어~’ 하고 나갈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본다. 분명 비슷한 시간에 욕실에서 나갔을 것인데 휴게소에서 기다리는 것은 남성이다. 남자들이야 뭐 물기만 닦아내고 옷 입으면 그만이니까. 


 과장되게 말하면 이 휴게소는 가정 분란을 방지하는, 목욕탕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시설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나온 아빠들이 기다릴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길가에서 담배를 피우며 엄마들을 기다리다가 큰소리를 내지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본 기억을 떠올리니 더욱더 그렇다. 이제는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라나...


 프런트 옆에는 작은 냉장고가 있다. 목욕탕 음료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병우유가 종류별로 일렬로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이 지역의 제조회사에서 만든 불량음료 같은 것도 제법 종류가 많다. 일행이 없어 기다릴 사람도 없지만 목욕 후면 항상 병우유를 사서 휴게실에서 마셨다. 목욕의 완성은 병우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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