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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화 Jun 30. 2024

관계와 감정 IV

동료

오늘은 재택을 했다. 회사메일 중 읽으면 유난히 기분이 안 좋은 동료의 메일이 거슬린다. 어쩔 수 없이 다시 회신을 해야 하는 메일을 썼는데 돌아오는 답메일도 역시 별로다. 잠시 후에는 팀즈로 회의를 했다. 카메라를 켜지 않았고 대신 등록된 사진이 떠있다. 그 사진도 보기 불편했다. 내가 잘못된 걸까 잠시 생각해 본다. 이런 감정으로 회사를 다닌다는 것이 사실 하루하루가 우울하다. 이런 상황을 매일 마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비생산적인가? 상대에게 내가 느낀 감정을 말하고 어떤 부분이 솔직히 기분 나쁘게 한다고 얘기할까? 다시.. 그 상황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저 땅 끝으로 가라앉는다. 


나에게 직장동료란 어떤 관계일까? 내가 또는 그 동료가 회사라는 소속체를 떠나지 않으면 불편해도 일정기간을 계속 같이 일해야 하는  관계이다. 어차피 같이 일하는데 좀 즐겁고 서로 응원해 주면서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  반대로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동료들은 어떤 상황에서 느끼는 걸까? 무엇이 다른지 정리해 보자. 여기에서 동료는 상사 포함이다.


말을 걸어도 무표정이거나 모니터만 보는 직장동료를 보면 무기력해진다. 의기소침해진다.

중요한 업무얘기를 하려고 해도 스케줄 미리 잡지 않으면 말도 붙이기 힘든 동료는 짜증 난다. 

본인 능력은 안 돌아보고 회사 탓만 하는 직장동료는 한심하다. 그런데 또 드는 감정은 측은하다.

다른 회사 좋은 점만 얘기하는 동료는 꿀밤 주고 싶다.

동료의 성과를 인정하지 못하고 칭찬하지 않는 동료는 쪼잔하다.

끊임없이 동일한 스토리만 얘기하는 동료는 싫증 난다. 지겹다.

앞에서 오버하며 칭찬하는 동료는 왠지 찝찝하다.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동료가 없을 때는 끝없이 가라앉는다.

언제나 팀즈채팅으로도 반갑게 인사하는 동료는 이쁘다.

그렇죠. 그렇죠 나의 말에 맞장구쳐주는 동료에 대한 감정은 잘해주고 싶다.

말 안 해도 척척 알아서 일하는 동료는 믿음직스럽다.

도전적인 과제를 던지는 동료는 용감하다.

프로젝트를 잘 리드하고 끝까지 완성하는 동료는 멋지다.

동료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을 때는 뿌듯하다.


나의 감정을 정리하다 보니 회사에서 동료 상사들과 좋은 감정을 느끼는 상황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나도 혹시 상대방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했던 때도 꽤 있었던 것 같아서 미안한 감정이 든다. 하루의 1/3을 함께하는 동료들.  인생의 1/3을 안 좋은 감정으로 낭비하지 않으려면 이 관계를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갤럽의 조직몰입도 조사 12가지 질문에서도  5개나  "회사에서의 칭찬, 친구, 배려, 대화, 격려"를 다루고 있다. 그만큼 직장에서의 좋은 관계를 몰입도에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항상 이상적인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지만, 내가 좀 먼저 다가가고 변하면 이 또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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