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by 송나영

마음을 읽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작년에 조카한테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쓴다고 전했더니 조카는 내 아들이 나중에 이거 읽으면 마음이 아프겠다고 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아들한테 바로 알렸다. 아들이 읽는지 안 읽는지 나는 모른다.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쑥스럽고 멋쩍어서다. 내 아들 아니랄까 봐 아들도 전혀 얘기하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조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잘 모른다.

고등학생 때 친구는 내가 정말 단순하게 산다고 했다. 뭐가 단순하다는 건지 나를 비난하는 것만 같아서 화를 냈었다. 단순하다는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자기 얘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친구도 자기 얘기를 안 한 건 마찬가지였는데 나만 그런 것처럼 말이다. 나는 그 친구가 어디에 사는지도 몰랐고 친구의 일상을 알지도 못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야 그 친구가 저녁에 포장마차에서 영어선생을 만났었다는 것을 알았다. 수업시간마다 수업은 달랑 십 분 정도만 하고 자기 연애한 얘기와 애들 노래시키면서 놀 생각만 일삼는 그 선생을 나는 싫어했었다. 근데 그 선생을 왜 밤에, 그것도 포장마차에서 만났었는지 세상에는 모를 일과 희한한 일이 놀랍게도 많다.

실업자인 아버지가 부끄러워 친구들한테 숨기기 바빴고 극성맞게 치맛바람을 일으키고 다니는 엄마가 부끄러워 내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다. 내 꿈을 향해 달리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바쁘고 복잡했었다. 그런데 뭐가 단순하다는 건지 몰랐다. 제일 친했던 친구가 일 년 동안 매일 나한테 편지를 썼고 나는 거기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딱히 쓸 말이 없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도 몰랐다. 어느 날 문득 친구가 편지를 줬는데 하루가 매일로 이어져 일 년이 됐다. 편지를 쓴 친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단순하다고 나를 비난했던 친구는 답장 안 하는 나를 이기적이라고 했다. 편지를 읽는 게 부담이 되기 시작했었다. 친구는 자기의 힘겨운 삶을 토할 공간이 필요했고 그게 나한테 보내는 편지였다는 것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야 알았다. 친구의 편지에 그런 얘기들은 없었다. 속 깊은 얘기보다는 속상한 마음을 어떻게든 털어놓고 싶었던 거 같다. 돈을 심하게 밝히는 담임 때문에 매일 아침 벌을 서야 했고 어려운 형편에 간신히 돈을 마련해 담임을 찾아가려 했지만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결국 친구 어머님은 담임을 만나러 가지 못하셨다는 말을 졸업 후에 들었다.

실연을 당하고 집안이 망하면서 단순한 삶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알았다. 한 가지만 생각할 수 있었던 고등학교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말이다. 세상 모든 것이 부질없어 보였다.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으면 그 말이 일파만파로 퍼져 내 뒤통수를 칠 때도 많았다. 어차피 가려질 세상이 아니었다. 그때부터였던 거 같다. 속없이 내 속을 다 털어놓기 시작했다. 잘 모르는 사람한테도 너무 솔직하게 내 얘기를 해서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친분관계가 쌓이지도 않았는데 주책맞게 솔직한 내 삶의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오해를 일으키기도 하고 부담스러운 사람으로 낙인을 찍게도 만들었다. 내 삶이 고통스러워지면서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기 시작했다. 네 마음 다 안다면서 내가 얼마나 잘난 척을 했을까? 그게 오만이었다는 걸 이제 조금 알겠다.

다름은 이해보다 오해를 부른다.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부끄러워 말을 안 하는 것이 때로는 무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다정다감해서 따뜻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한 그네의 노력이라는 걸 알 때도 있다. 다른 사람을 잘 챙겨서 그 사람한테 받을 줄만 알았는데 그네도 많이 받기를 원했던 거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릴 때도 있다. 오래 연락하지 않은 친구에게 갑자기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하기 미안해 연락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자기한테 연락하지 않을 수 있냐며 섭섭함이 가득한 전화를 받았었다. 그게 왜 섭섭한지 나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내 마음도 잘 읽지 못하는데 하물며 남의 마음을 어떻게 잘 읽을 수 있을까?

낼모레 육십이야! 도대체 무슨 마음인지 모르겠다는 내 말에 선배는 낼모레 육십이라고 내 일이나 신경 쓰라고 했다. 아직도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 더 어려워졌다. 내 식구 속도 제대로 읽지 못해서 싸웠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때가 더 많았다. 내 마음 챙기기도 쉽지 않은데 오지랖은 늙지도 않나 보다. 내 마음이나 제대로 챙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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