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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금치

by 송나영

남태령이 우금치라고? 동학 농민들이 넘지 못한 마지막 결전지인 우금치가 남태령이란다. 우금치전투를 역사로 배우고 외우기만 했지 제대로 된 역사를 알 리 없다. 동학농민이 떼죽음을 당했다던 우금치가 남태령이다.

넘지 못한 고개에서 늙은 농민은 차벽을 뚫겠다고 달려온 젊은 여성들에게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 박근혜 탄핵 때도 안성에서, 양재에서 진압당했던 전봉준 투쟁단이다. 저 멀리 남쪽지방에서 트랙터를 밤새 몰고 온 그들이다. 밤이슬과 새벽 찬 바람을 맞으며 함께 손을 잡기 위해 올라온 그들의 의지를 경찰은 차벽으로 맞섰다. 그들의 생명을 건 시위를 난동이라 말하는 여당이고 전두환 사위였다는 어떤 국회의원은 몽둥이가 답이라고 했다. 몽둥이찜질을 당해도 시원찮을 주둥아리들이다.

성석제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라는 소설에 농촌의 현실이 나온다. 정부는 농민의 삶을 빚으로 도와준다. 기계화 영농은 빚을 부르고 면세유라는 알량한 선심을 쓰지만 기계를 다 돌리기에 택도 없다. 저곡가 정책으로 농민의 삶을 묶어둔다. 농사는 늙은이들의 몫이 됐다. 그들의 삶을 나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시골에 살아본 적도 없고 농촌을 겪어 본 적도 없다. 감히 그들의 삶에 대해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수없이 반복되어 온 농민의 시위를 보고 들었다. 나아지지 않으니 시위는 계속되는 거 아닌가?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물대포에 맞아 돌아가셨다. 그게 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쌀 수매가 인상 공약 이행을 정부에 촉구하기 위해 집회에 참석했다가 물대포를 맞아 1년여간 혼수상태를 겪다가 명을 달리하셨다. 그 당시에도 병사라느니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시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우금치를 넘으려는 농민들을 경찰은 차량을 동원해 막아섰고 그들은 남태령 고개의 찬 바람에 떨어야 했다. 이삼십 대의 젊은 여성들이 남태령으로 순식간에 몰려왔고 그들과 연대했다. 난방버스가 등장을 하고 응원봉을 힘차게 흔들며 흥겨운 노래가 울려 퍼졌다. 젊은 여성들이 우금치 고갯길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농민들에게 힘을 실어 준 것이다. 함께 하지 못한 이들은 지원을 아낌없이 보냈다. 이렇게 시위현장이 신날 수가 있을까? 화염병과 투석과 방패와 몽둥이에 익숙한 나는 그들의 열정에 울컥울컥 한다.

영국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런던 프라이드'라는 영화가 있다. 성소수자들이 웨일스 탄광 광부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연대하는 이야기이다. 시위 전문가들인 성소수자들은 대처 정책에 맞서 경찰에 당하는 순진한 광부들에게 법과 시위하는 법을 알려준다. 광부들이 마음을 열고 성소수자들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시위를 한다. 그리고 광부들의 자존심이자 자랑인 백 년이 넘는 깃발을 성소수자들의 시위에 참석해서 흔들겠다는 약속을 지킨다. 영화 말미에 성소수자들을 위한 법령이 통과될 수 있었던 것이 웨일스 탄광에서 가장 많은 찬성표가 나와서라고 했다. 이 영화에 'Rose and Bread'라는 노래가 나온다. 그건 문화와 노동을 위한 시위 현장에서 불렸던 노래라고 들었다. 웨일스 탄광촌의 보수적인 사람들이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런던으로 상경하여 같이 시위를 하는 장면은 우금치를 넘는 트랙터를 탄 농민이 소찬휘의 '티얼스'를 부르며 환호하는 젊은이들과 연대하는 모습이랑 겹쳐진다.

우금치, 동학농민이 넘지 못했던 우금치에서의 한풀이를 했다. 영하 십 도가 넘는 새벽의 찬 기운에도 뜨거운 젊은 혈기가 망자의 혼을 달랬을 거다. 전봉준 동학농민단은 동학전투의 마지막 집결지 우금치를 넘었다. 함께 사는 세상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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