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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시간 ,나의 여행

소소한 일상 에세이

by 연이동산

가끔은 그냥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목적도 없고, 계획도 없이.
단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쁜 카페에 앉아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그동안 쌓인 이야기들을 꺼내놓고 싶을 때.

이번 여행이 그랬다.


유명한 맛집을 찾아 들어가 입안 가득 행복을 느끼고,
소문난 카페에서 긴 시간 머물며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을
하나둘 꺼내어, 조심스럽게 그리고 솔직하게 나눴다.

그동안 쌓였던 앙금들, 오해들,
무심코 지나쳤던 마음의 먼지들을
조용히 털어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참 편안했다.
누구의 눈치도, 끝나지 않은 일의 숙제도 없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것을 다 한 것 같은 하루였다.


여행의 끝자락, 바다 앞에 섰다.
잔잔한 파도를 발끝으로 느끼며
저 멀리 넘어가는 해를 바라본다.
말없이 주황빛으로 물드는 하늘 아래,
나는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나의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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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또, 이동을 한다.
이 길 끝에는 누굴 만나게 될까.
어느 공간에서, 어떤 풍경과 마주하고
어떤 추억들을 새겨 넣게 될까.
정작 나도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설렌다.


붓을 내려놓은 지 일주일.
글도 그림도 잠시 멈춘 지금,
나는 자연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햇살에 얼굴을 맡기고,
바람에 생각을 비우고,
조용히 나무와 하늘을 바라보며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나를 느낀다.

이렇게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은
생각보다 귀하고 따뜻하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는 잊고 살았던 나의 내면이,
지금은 또렷하게 말을 건다.

“괜찮아. 지금처럼만 숨 쉬면 돼.”

조금씩, 하나하나 내려놓는다.

지금 이 순간을
그저 누리고 싶다.
그저 오늘이라는 시간의 공기를 온전히 들이마시며
‘살아 있음’ 자체로 충분한 하루.

그래,
나는 지금을 누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간이,
나에게 꼭 필요했던 ‘쉼’이었음을
천천히 알아가고 있다.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오늘"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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