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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만의 소나기, 그리고 무지개

소소한 일상에세이

by 연이동산

식사를 마치고 산책길에 나섰다.

부드러운 바람이 살랑살랑 스쳐 지나가고,

햇살은 뉘엿뉘엿 내일을 위해 손을 내밀듯 인사를 건네었다.

고즈넉한 시골길은 바쁘지 않고, 평온함이 가득했다.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잠시 멈춰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때, 갑자기 무지개가 하늘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동생과 나는 소리 지르며 사진을 찍기 바빴다.

오랜만에 보는 무지개였고, 그 모습은 우리 마음을 환하게 만들어줬다.

넋을 잃고 바라보는데,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시원했고, 행복감이 밀려왔다.

순식간에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 차더니,

쏜살같은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놀란 마음에 천천히 돌아서 걷기 시작했는데,

빗줄기는 점점 더 세지고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퍼붓기 시작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이 뚫린 듯 하늘이 펼쳐졌다.


단 5분 거리일 뿐인데,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온통 비에 젖은 우리 둘은 개구리처럼

옷이 살과 붙어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두려움도 잠시, 초등학교 때의 순수했던 동심이 떠올랐다.

우리는 하염없이 웃으며 뛰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시골에서, 우리는 오로지 둘만의 작은 세상에 빠져들었다.


이 순간, 나는 다시 어릴 적 아지트에서 친구들과 함께 비를 피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의 설렘과 자유로움, 그리고 순수한 행복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자연이 선사한 5분의 소나기와 무지개,

그리고 함께 웃던 그 순간이 내게는 영원히 기억될 소중한 추억이다.

집에 도착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가 그치고

하늘은 맑아지고 상쾌한 공기만 남았다.

마당에 말려놓은 빨간 고추는 비에 젖어 심하게 눌려 있었다.

빗방울이 고추에 스며들면서, 색이 더욱 선명하게 물든 듯했고,

그 모습이 묘한 감정을 자아냈다.

오랜만에 보는 풍경 속에서,

자연이 만들어낸 작은 그림 같기도 하고,

그동안의 일상 속 무심함을 깨우는 듯한 느낌이었다.

5분의 소나기가 마치 하루의 여행을 하듯 신기한 경험을 했다.

여유와 평화가 스며들었고 동생과 잊을 수 없는 추억하나를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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