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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일출(슬로우 조깅)

소소한 일상 에세이

by 연이동산


제주에 오면 꼭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

바로 일출을 바라보며 달려보기.

여행지에서는 평소와 달리 새벽잠도

쉽게 깨어난다. 알람이 울리자마자

친구와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준비를 서둘렀다.

거리에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바람결에 섞여 오는 바다 냄새가

첫걸음부터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주었다.


애월 해변길을 따라 슬로우조깅을 시작했다.

뛰는 것보다는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걷듯 달리는 걸음이었지만, 그 속도가

오히려 풍경을 더 깊이 느끼게 해주었다.

파도는 잔잔하게 밀려와 리듬을 만들어주고,

가끔 스치는 새소리마저 좋다.


그리고 마침내, 수평선 너머에서

빛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은은한

붉은 기운이 번지더니, 어느새 하늘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거대한 하늘과 바다가

동시에 살아 움직이는 듯했고,

그 순간의 장엄함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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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나란히 서서 그 장면을 바라봤다.

서로 말없이 하트를 그리며

장난을 치기도 했지만,

사실 마음속은 같은 감동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아무 말이 없어도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될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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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한 공기,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그리고 따뜻하게 번져오는 햇살.

새벽에 일어나 달려온 길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선물처럼 느껴졌다.


제주의 일출은 단순히 보는 풍경이 아니다.

그 앞에 서 있는 나를,

함께 있는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오늘 하루는 아마 이 시작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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