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사람들이 공허함을 두려워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
무언가가 끝난 것 같은 느낌,
의미가 빠져나간 자리.
그래서 사람들은 공허해지면
곧바로 이 말을 붙인다.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우울한 건 아닐까.”
“다시 목표를 세워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공허함은
반드시 고쳐야 할 결함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허함은
대부분 무가치함이나 무기력과 혼동된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경우,
공허함은 삶이 무너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하나의 가치가 제 역할을 끝냈다는 신호에 가깝다.
더 이상 나를 밀어주지 않는 의미,
이전에는 충분했지만
이제는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준.
그 가치가 조용히 물러날 때,
그 자리에 남는 감각이 바로 공허함이다.
공허함을 잘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이상한 특징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는다.
불안은 있지만 절망은 아니고,
정지는 있지만 붕괴는 아니다.
이건 공백이 아니라
전환 대기 상태에 가깝다.
이전 가치가 끝났고,
다음 가치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
그래서 공허함은
잘못된 허무가 아니라
시간차에서 생기는 감각이다.
공허함이 불편한 이유는 단순하다.
공허함에는
설명할 말이 없고,
증명할 기준이 없고,
다음 좌표가 없다.
우리는 그동안
“왜 이걸 하는지”
“어디로 가는지”로
자신을 지탱해왔다.
그 구조가 잠시 멈추면
사람은 곧바로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공허함을
곧바로 의미 결핍이나
삶의 오류로 해석해버린다.
하지만 공허함은
의미를 아직 찾지 못한 상태가 아니라,
이전 의미를 더 이상 붙잡지 않아도 되는 상태일 수도 있다.
불안한 허무는 이렇게 온다.
아무것도 해도 소용없다는 감각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단정
삶 자체를 부정하는 방향
하지만 건강한 공허는 다르다.
더 이상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는 감각
억지로 의미를 만들고 싶지 않은 상태
다음을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
이 공허는
삶을 포기하라는 신호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잠시 멈추라는 신호다.
많은 사람들은 공허해지면
곧바로 무언가를 채우려 한다.
새로운 목표,
더 강한 의미,
더 큰 설명.
하지만 공허함은
채워야 할 공간이 아니라
지나가야 할 구간일 수 있다.
이전 가치가 끝났다는 사실을
조용히 인정하고,
다음 가치를 억지로 호출하지 않는 것.
그 시간을 견디는 동안
삶은 생각보다 잘 유지된다.
공허함은
삶이 비어버렸다는 증거가 아니다.
그건 단지
이전의 기준으로는
더 이상 앞으로 갈 수 없다는 알림이다.
공허함을 실패로 오해하면
사람은 계속 옛 가치 주변만 맴돈다.
하지만 공허함을
전환의 문턱으로 받아들이면,
삶은 자연스럽게
다음 방향을 찾는다.
공허함은
무언가를 잃어서 생기는 감각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살아낸 가치가 물러날 때 생기는 감각이다.
그러니 이 공허함을
함부로 병리화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느끼는 공허는
잘못된 허무가 아니라,
이전 가치의 끝이자,
다음 가치를 기다리는 상태일 뿐이다.
그리고 그 기다림 속에서도
삶은 여전히,
조용히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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