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동산은 왜 ‘반토막 예언’을 비켜 갔을까

by 헤롤드 용

강남 부동산이 반토막 난다는 말은 늘 확신에 차 있었다.

금리가 오르고, 인구가 줄고, 규제가 강화되면 집값은 떨어진다는 논리는 너무도 그럴듯했다. 그런데 현실은 그 확신을 몇 년째 비켜 가고 있다.


나 역시 한때는 이 논리가 맞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많은 지역에서 이 공식은 그대로 작동했다. 대출에 의존한 시장은 흔들렸고, 외곽과 지방은 먼저 조정을 겪었다. 그런데 유독 강남만은 늘 그 예외로 남았다.


이 차이를 설명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강남은 더 이상 주거지가 아니라 자산 보관소에 가깝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누가 살 것인가가 가격을 만든다. 하지만 강남에서는 어떤 자본이 마지막까지 머무를 것인가가 가격을 만든다. 이 전제가 빠진 채로 강남을 설명하면, 예측은 반복해서 빗나갈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 국면은 이 구조를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 대출에 의존한 수요는 빠르게 사라졌고, 선택지가 줄어들수록 자본은 더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곳으로 이동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금리가 오를수록 강남은 상대적으로 유리해졌다. 이 시장의 주요 매수층에게 금리는 결정적 변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 역시 비슷한 착시를 만들었다. 재건축 규제와 분양가 상한제는 가격을 누르기보다 공급을 묶었다. 수요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만 막히면, 거래는 줄어들지만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강남에서 반복된 장면은 ‘거래가 멈춘 채 가격이 유지되는 시장’이었다.


그럼에도 ‘강남 반토막’이라는 말은 계속 등장한다. 급락은 주목을 끌고, 유지나 완만한 조정은 이야기로 소비되기 어렵다. 예측이 틀려도 책임은 없다.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구조 속에서 극단적인 전망은 계속 재생산된다.


강남이 의미 있게 하락하려면 조건은 훨씬 까다롭다. 자본 이동 자체가 막히거나, 강남보다 안전한 대체 자산이 등장하거나, 상속과 증여의 구조가 바뀌거나, 원화 자산에 대한 신뢰가 동시에 흔들려야 한다.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강남 부동산을 볼 때 나는 가격표보다 자본의 경로를 먼저 떠올린다. 강남은 집값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이 불확실성을 피해 마지막으로 머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은 모두가 흔들릴 때도, 종종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


사진: Unsplash의zero t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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