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없이 흘러간 시간들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갔을까

by 헤롤드 용

상처 없이 흘러간 시절이 있다.

망하지도 않았고, 크게 흔들리지도 않았다.

요즘처럼 버텼다는 말이 인사가 되는 시기에,

굳이 꺼내어 말할 사건이 없다는 사실은

묘하게 안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루는 다음 하루로 이어졌고,

선택은 늘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되는 쪽에 머물렀다.

그 시절의 나는

힘들지는 않았지만,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말하지 못했다.


그 시간들은 우리를 보호해 주었지만,

어느 방향으로도 이끌지는 않았다.

질문이 필요 없었고,

그래서 방향도 생기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삶의 방향이 또렷해졌던 순간들은

대개 편안하지 않았다.

상처가 있었고, 설명이 무너졌고,

그래서 선택을 피할 수 없었다.


어쩌면 문제는

나를 흔들었던 순간들이 아니라,

아무것도 묻지 않았던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 시간들은 우리를 망치지 않았지만,

어디로 데려갔는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그래서 지금,

이 질문만 남는다.


상처 없이 흘러간 시간들은

과연 우리를 어디로 데려갔을까.



사진: Unsplash의Aleksandr Ledogor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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