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남 May 03. 2024

주인공에서 감독으로

"나"에서 "걔"로.

"걔? 연기 연습은 좀 꾸준히 하나?"


감독이 되면, 항상 '걔'를 평가하는 위치에 있게 된다. 앞으로 촬영하게 될 필름에 출연시켜야 할지 가늠한다. 아니, 해야만 한다. 어쩌면 다시없을지도 모르는 제작 기회일 수 있다. '걔 하나 때문에' 영화를 망칠 수는 없다. 물론 이번 영화가 망한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져버려 앞으로 살 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감독이 내 영화가 망하길 바라겠는가.


앞으로 '걔'랑 계속 같이 작업할지 안 할지도 모르고, 과거 얼마나 연기를 잘했는가도 중요하다. 그리고 계속 꾸준히 연습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그럴 수밖에 없다. 타고난 재능을 갖춘 '연기 천재'가 아니라면 말이다.


누가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연기자는 연기로 밥벌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제 역할을 해내야만 한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연기자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열망, 갈망, 의지는 같다. 주인공으로 발탁되기를 바란다. 또, 알고 있다. 주인공은 여러 평가 후보들 사이에서 단 하나의 역할이라는 것을.


A는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감이지만 다음 영화에서는 조연급일 있다. '이번 영화'에 대한 판단은 그렇다면, A와 그리고 C 사이에서 주인공이 자질을 검토한다. 감독이라면 으레 그렇지 않겠는가?


만약 내가 이번 영화를 혼자 촬영하고, 혼자 출연하는 필름이라고 생각해 보자. 영화에 대한 평가는 일반 사람들이 해주되 밥벌이가 될 만큼 봐주어야 한다.


'나'를 '걔'로 바라보면,

과연 주인공감인가?


걔는 충분히 남들과 다를 수 있도록 연구해야 했고, 훈련하고 있어야 했다. 이번 영화를 위해서 언제든 카메라를 들이댔을 때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걔는 평소에도 다른 연기자들의 연기를 바라보며, 자신의 연기를 평가하고 단련하고 있어야했다. 요새 뜨는 연기자들은 누구이고, 어떤 연기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지도 알고 있어야 했다. 3초, 8초가 지나버리면 시청자는 떠나버린다. 그러니 철저히 준비된 연기력으로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주인공감이겠다.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신데렐라를 꿈꾼다면, 오히려 나의 역량과 가치를 가늠하는 감독이 되어보자.

내가 앞으로 걔를 이 영화판에 다시는 고개를 없는 지경으로 만들려는 악의적인 마음이 없다면, 걔를 엄하게 다룰지언정 걔를 위한 말과 행동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일 년에 고작 15권(8/1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