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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남 Sep 28. 2024

바다를 품은 종지 그릇

마음의 크기

태어날 당시, 나는 종지 그릇을 만드는 공방에서 태어났다. 부족하지도 않고, 유복하지도 않은 소박하지만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는 지방의 작은 공방.


종지 그릇으로 예정된 삶의 변화는 공방이 터를 옮겨 서울로 오면서부터다. 나는 어쩌면 나의 크기가 종지 그릇이 아닌 더 큰 그릇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던 것 같다.


남이 뭐라 하든, 스스로 더 큰 그릇이 되기 위해 흙을 다지고 또 다졌다. 지치고, 외롭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그렇게 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호기심의 크기만큼 욕심도 거대할 뿐.


나를 지켜보는 거의 모두가 불가능한 꿈이라고 말하고,  걱정한다. 그러나 분명히 나는, 바다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고자 한다.


그래.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나도 이런 나의 믿음이 때때로 무섭다. 눈앞에 뻔한 믿음과 현실을 두고, 그 너머의 믿음을 향하는 길이다.


두렵다. 낯설다. 기다리며 견디는 일이 고통스럽다. 그래서 실수를 한다. 기다림 끝에 실패가 되었을 땐, 더욱 고통스럽고 모든 과정들이 무의미한 일들로 비친다.


그만두고 싶고,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거다. 낯섦과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기다리는 일을 섭리로 여기며, 고통을 성장의 기회로 여길 것이다. 그렇게 정면으로 마주하고 조금씩 나아갈 것이다.


그래서 아주 단단한 흙으로 잘 빚은 그릇이 되어 바다를 거뜬히 담아내는 나를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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