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의 음식, 한 그릇의 추억
아이들이 늦어, 오랜만에 남편과 단둘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요즘 저녁을 거의 먹지 않지만,
금요일 저녁에 일찍 퇴근한 남편이 어묵탕을 끓이겠다고 나섰다
어묵귀신인 남편은 부산에서 사 온 최애 어묵을 꺼내며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자기야, 여기에 팽이버섯이랑 부추도 좀 넣자."
야채가 빠진 어묵탕이 아쉬운 나는 냉장고에서 야채를 꺼내며 말했다
부추는 한단을 사면 다 먹기가 어려워,
요즘은 웬만한 음식마다 넣고 있었다
전에는 팽이버섯 한 봉지를 넣고 네 식구가 나눠먹었는데,
오늘은 두 봉지를 씻으니, 깜짝 놀라는 남편을 보며 말했다
"어, 내가 한 개 다 먹을 거라서..."
실은 두 개도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냄비를 식탁 위에 올리자
부추와 버섯의 은근한 향이 퍼져나간다
"우와 맛있겠다"
전에는 고기를 보면 하던 말이
이제는 야채 앞에서 터져 나온다
"부추 넣길 잘했네."
남편이 웃으며 말한다
"그렇지? 생각보다 괜찮지?"
평범한 어묵탕 한 그릇에 두 사람의 행복이 담겨있다
배안이 따뜻하게 채워지니 마음도 천천히 불러왔다
어묵을 몇 개 먹으며
얼마 전 가족들과 다녀온 행복했던 부산여행이 떠오른다
아주 오랜만에, 어려운 틈에 다녀왔기에 더욱 고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음식은 늘, 추억의 손을 다정히 잡고 온다
그날의 추억과 행복이 다시 마음을 물들였다
추석명절이 다가오던 어느 날, 분주한 마음을 토닥이며 시댁에 가져갈 소고기를 사러 갔다
오랫동안 소고기 장만은 내가 해오고 있었다
맛은 있지만 평소에 자주 살 수 있는 가격은 아니어서,
사실 이것 때문에 명절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맛있는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날
그런데 십여 년이 넘게 변함없던 고기 맛이, 이상하게 달라져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고기의 질이 떨어진 건가?'
갸웃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야채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전에는 고기를 거들던 야채가, 자석처럼 젓가락을 끌어당겼다
"어머니, 고기 맛이 전보다 못한 것 같지 않아요?"
"아니 맛있는데? 혹시 감기기운이라도 있는 거 아니니?" 걱정의 말이 돌아온다
내가 사 온 고기이니 예의로 하시는 말씀인가? 생각이 스쳤다
고기를 옆에 비켜두고
버섯, 당근, 밤을 집었다
"도련님, 야채 좀 먹어보세요. 아니 왜 이렇게 맛있지?"
입에 들어갈 때마다 감탄을 하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동서가 말했다
"아니 형님, 왜 고기를 안 드시고요"
그렇구나,
이건 단순한 의지를 넘어서서
체질까지 바뀐 거구나
“이제는 고기보다 야채를,
배보다 마음을 먼저 채운다."
먹는다는 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되었다.”
한 그릇에 음식
한 그릇에 추억
내 안에 온기가 돌아오면
삶은 다시 향기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