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다른 세상
살이 빠지고 세상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예전 같으면 불편했을 그 시선이
이번에는 마음에 닿을 때도, 아프게 스칠 때도 있다
사실 아직도 때때로 두려워 진다
어떤 눈빛은 매력의 신호가 아니라
여전히 내게는 위협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땐 동물이 되어
나만의 동굴로 들어가 숨바꼭질을 한다
움직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내 상처들이
조용히 팔을 벌려 서로를 안는다
물흐르듯 알게 되었다
그 감정마저 내가 회복되어 가는 과정이라는 걸
내 안은 그렇게 천천히,
나를 지키면서 세상으로 향하고 있다
가끔은 아우슈비츠에서 막 걸어 나온 포로처럼,
몸은 자유로워졌지만
내 안의 나는 여전히 그곳에 서있다
세상은 평온해 보이는데, 내 시간은 아직 멈춰 있다
'살아있고 삶이 계속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한다
그러다가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을 조심스레 품어 본다
나는 잘 알고 있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문다고 해서
멈춘 게 아니라는 걸
때로는 나가지 못하는 이 고요 속에서도
내 마음은 스스로 치유의 길을 가고 있다
나는 그렇게 회복 중이다
무용수의 발끝처럼, 살그머니,
그리고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