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억 속으로

by 유승란

“따르릉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안녕하세요, 내려갈게요 “
“네 잘 주무셨어요. 천천히 내려오세요”
주간보호센터 차량선생님이 아침을 열어 주신다. “아침은 무엇을 해서 드릴까? 어떤 옷을 챙겨드릴까?” 분주하게 준비해 엄마를 부축하고 내려가 선생님께 부탁드린다. 이렇게 엄마는 주간보호센터에서 보호를 받으며 하루를 보낸다.
텅 빈 집안 주부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어수선한 집안을 정리하고 커피 한잔에 책을 읽는다. 운동으로 기분전환도 한다. 그리고 장을 봐서 저녁을 준비해 가족을 맞이한다. 엄마가 오시면 딸만이 할 수 있는 씻겨드리기 화장실 이용까지 도와 드려야 하기 때문에 모든 신경이 엄마한테 가 있다. 주무실 때 실수할 까봐 기저귀도 갈아줘야 한다. 무더운 여름에는 땀띠에 가렵고 상처가 날 까봐 팬티에 일자 기저귀를 채워드리고 집에 오시면 주무실 때 팬티 기저귀로 바꾼다. 기저귀를 뿌리치던 엄마가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신다. 내가 늙음이 서러운 엄마에 자존감을 같은 여자로 돌봐 드릴 수 있어 다행이다.
기력이 쇠락해졌는지 소리도 지르지 않는다. 가끔은 ”사위 미안하네”라는 말씀이 전부다. 이럴 때면 진심인 엄마가 가엽다가 엄마가 아닌 치매로 변하면 미워진다. 주무시다가 벌떡 일어나 “예 어디 있어!” 찾는 소리에 깜짝 놀라 “왜? 화장실 가고 싶어” 하면 “그려 오줌 마려워” 하신다. 그리곤 화장실에 앉아 이상한 행동을 하신다. 숫자를 세었다가 소리를 지르며 휴지를 빼어 들고 “50개 저것까지 100개네 “혼자 중얼거리신다. 이럴 때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엄마 뭐가 50개야?” 하면 소리를 지르며 “50개라고요” 하신다. 엄마한테는 이 세상 말고 엄마만의 다른 세상이 있나 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엄마만의 세상 엄마는 그곳에서 다른 삶을 살고 계신 건가? 엄마가 악을 쓰며 말하는 걸 보면 좋은 세상은 아닌 것 같다. 현세에 삶이 고단하고 힘드셨다면 치매 속 세상은 엄마의 이상향이길 바란다. 엄마가 힘들지 않고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옷만 입고 행복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오래전 엄마가 만드신 음식이 맛있다며 동네손님이 많았다 밥상을 차리느라 팔이 아프다고 하시면서 얼굴에는 늘 미소였다. 그때는 음식을 해서 이웃집과 나누어 먹었다. 그 시절을 기억 못 하신다. `혹시 엄마는 아름다웠던 그 추억을 치매 세상에서 살고 계신 것은 아닐까? `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엄마는 차를 타면 좋아하신다. 엄마는 자식들과 같이 외출하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셨다. 지금은 차만 타면 무조건 좋다 하신다. 생각도 이유도 없다.
엄마를 모시고 병원 가는 날에도 차를 타면 표정이 밝아진다. 병원이라면 입원해 계셨을 때 고통이 생각나시는지 내가 왜 병원을 가냐며 싫어하셨는데 이제는 노여워하지도 않는다.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엄마의 기억력이 점점 흐려지고, 엉뚱한 행동을 보고 약의 용량을 높여서 처방을 해 주셨다. 의사 선생님은 치매환자를 돌보는 보호자들의 고통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점점 높아지는 용량에 잠시 망설여지면서도 내가 힘들지 않으려면 할 수 없다는 듯이 받아들인다.
밤마다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엄마를 돌보는 건 정말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삶이다. 엄마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엄마를 돌봐 드릴 것이다. 엄마와 웃고 울고 지내다가, 엄마가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는 날이 오면 내가 엄마를 먼저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엄마 나를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