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뭉친 가족이라는 팀

『가녀장의 시대』이슬아

by 만민언니




봄에서 여름으로 뜀박질한 것만 같은 포근한 5월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관련된 다양한 기념일 있는 5월은 ‘가정의 달’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바삐 돌아가는 일상 때문에 가까이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지나치고 살아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사랑하는 가족들을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5월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 달은 가족과의 사랑을 생각하다 떠오른 책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전에 없던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이슬아 작가의 소설『가녀장의 시대』입니다. 이슬아 작가는 ‘일간 이슬아’라는 이름으로 매일 한 편의 수필을 이메일로 구독자들에게 보내주는 독특한 연재 방식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작가입니다. 출판사나 서점 등 어떤 중간 과정도 거치치 않고 작가가 바로 독자들에게 글을 보내는 직거래 문학이라니 저도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수필로 우리 곁에 다가왔고 ‘2023년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1위’에 선정되기도 한 이슬아 작가는 첫 장편소설로 『가녀장의 시대』를 발표했습니다. 표지부터 강렬한데요. 신문지 왕관을 쓴 도도한 표정의 여성과 진공청소기를 든 남성, 배춧잎 치마를 입고 춤을 추는 여성과 병풍까지, 약간은 기괴해 보이기도 한 표지를 열고 유쾌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그들의 집에는 가부장도 없고 가모장도 없다. 바야흐로 가녀장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가녀장(家女長). 우리가 익히 알던 가족제도인 가부장(家父長)이라는 단어 ‘부’ 대신 ‘여’가 자리 잡은 새로운 단어입니다. 『가녀장의 시대』는 가부장적인 분위기의 집안에서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난 주인공 여자아이 슬아가 글쓰기로 성공하면서 가녀장으로 집안을 이끌어가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모아 놓았습니다. 실제 작가와 주인공의 이름이 같고 이외에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 에피소드들이 이슬아 작가 자신의 이야기와 매우 비슷해 ‘자서전 아닌가’ 싶지만 어디까지나 허구의 이야기라고 작가가 밝힌 바 있습니다.

소설 속 슬아는 성공한 작가이면서 낮잠출판사를 운영하는 대표입니다. 출판사 일이 바빠지며 엄마 복희는 출판사 정규 직원으로, 아빠 웅이는 비정규직 직원으로 고용하는데, 공적인 업무시간에는 직원과 대표의 관계로 서로 존댓말을 씁니다. 하지만 사적인 시간에는 평범하면서도 남다른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글 써서 집 사는 성공한 애‘, ’성공한 딸이 있어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모부의 대화는 마치 가족 시트콤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아빠 웅이는 스스로 권위를 내려놓은 재미있는 중년 남성으로 묘사되고, ’리즈 시절‘을 ’로즈 시절‘이라고 하는 등 모든 단어를 조금씩 틀리게 말하는 엄마의 ‘복희식 오류‘는 유쾌함을 더해 줍니다.

지구에서 우연히 만난 그들은 무엇보다 좋은 팀이 되고자 한다. 가족일수록 그래야 한다는 걸 잊지 않으면서.

가장의 어깨는 무겁지만 가족을 사랑하고 지키는 일은 남녀 혹은 부모 자식을 가리지 않고 누구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슬아네 가족을 통해 보게 되었습니다. 가족은 한 사람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이름의 팀 안에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성장해야만 진정으로 행복한 것이라는 사실도요.

슬아의 가족을 보고 저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딸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중에 크면 엄마, 아빠 좀 먹여 살려주는 가녀장이 되어 주겠니? 넌 우리의 팀장이니까!”라고요. 돌아오는 대답은 ‘가녀장? 그게 뭔데? 학교 안 가도 돼?’ 하는 물음표 가득한 대답과 익살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그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엄마는 이미 멋진 팀을 가진 듯 든든하기만 합니다. 아무래도 제 딸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집안의 중심, 가녀장의 자리에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가족의 사랑스러운 순간을 발견하는 가정의 달 되시길 바랍니다.

거제 독서 모임 ‘북흐북흐’ 멤버 김민경

15년 전 직장을 따라 거제로 이주하였다가 삶의 터전을 잡았고,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면서 도서관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책 모임 ‘북흐북흐’ 멤버로 활동하며 책 내용과 감동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독서노트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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