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김초엽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듯하더니 봄꽃들도 화사하게 피고 살랑거리는 바람이 코끝을 스치며 지나갑니다. 사계절 중의 첫 계절인 봄은 젊음과 생명을 상징하는 계절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좋은 봄을 만끽하기도 전 벌써부터 불청객 황사와 다가올 더위가 걱정이 되는 것은 저뿐만이 아니겠지요 해가 갈수록 봄이 점점 짧아지고 지구촌 곳곳에서도 역대 최고 기온 경신 소식이 들리니 계절의 변화를 즐기기보다 지구의 변화를 걱정하는 시간이 늘어난 듯합니다.
4월은 식목일이 있는 달인데요. 어린 시절 기억을 되짚어 보니 식목일이 다가오면 학교나 마을에서 다 같이 묘목을 심었습니다. 요즘에는 투명 유리 용기에 작은 식물 생태계를 조성하는 테라리움 만들기나 허브 화분을 심어 키우는 행사들이 인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희 집에도 장독 뚜껑에 다육이와 이끼, 미니어처 장난감들로 꾸며진 정원이 있는데 이런 작은 식물들이 미세먼지와 오염 물질을 흡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니 기특하기도 합니다. 이 작은 정원이 지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이번 달 소개해 드릴 책은 김초엽 작가의 SF 장편 소설『지구 끝의 온실』입니다. 김초엽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과학 서적을 많이 읽었고 대학원에서 생화학과 석사 과정을 이수하였습니다.『지구 끝의 온실』을 쓰면서는 원예학을 전공한 아버지의 도움을 받기도 했으며 과학 지식을 많이 녹여낸 SF 소설입니다.
소설은 ‘더스트 폴’이라는 자연재해로 인류 대멸종이 일어난 과거 2059년과, 그 이후 재건된 현재 2129년을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아영은 더스트 생태연구원이자 재건 후 곳곳에서 발견되는 덩굴식물 ‘모스바나’의 비밀을 쫓는 주인공인데요. ‘모스바나’는 주위 식물의 생명을 흡수하며 빠른 속도로 증식하는 데다가 기묘한 푸른빛까지 내뿜으며 때로는 두려운 식물로, 때로는 신비로운 식물로 묘사됩니다.
‘모스바나’의 정체를 쫓던 아영의 앞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며 소설은 새로운 장이 열리는데요. 더스트 폭풍을 맞아도 죽지 않는 ‘내성종’인 소녀 나오미와 그의 언니 아마라, 그리고 더스트 폭풍을 피해 만든 유리 돔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파괴된 도시를 떠돌다 자신들만의 도시를 건설해 살아가는 ‘프림 빌리지’ 사람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들은 나오미 같은 내성종이 아니면서도 무사히 돔 밖에서 살아가고 있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는 소설을 통해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왜 여기는 다들 아무렇지 않아요? 어째서 여기만? 무슨 눈 속임을 한 거예요? 바깥사람들은 모두 죽어가는데, 어떻게 여긴......”
책 속에서 ‘공기 중에 떠다니며 몸에 닿기만 해도 생명에 치명적인’ 더스트 폴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서는 몇 년 전 우리 모두가 겪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생각나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했습니다. 현실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어 SF 소설이 익숙하지 않은 분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식물을 소재로 해서인지 주변의 나무와 풀꽃들을 자꾸만 돌아보게 하는 소설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 는 작가의 말처럼 점점 짙어지는 녹음을 보며 어떻게 하면 이 지구와 오랫동안 같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해 보게 됩니다. 하지만 고민만 하며 이 좋은 계절을 흘려보내기에는 아쉬우니, 지나친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4월의 초록을 충분히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의 봄은 너무나 짧고, 지금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